VIG파트너스, 이스타항공 인수 2년 만에 매각 검토
경영 정상화·통합 LCC 출범 앞둬 적기로 판단한 듯
에어프레미아 최대 주주 타이어뱅크 '오너 리스크'
자금 조달 및 인수 대금 완납 차질 가능성 제기돼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의 이스타항공과 타이어뱅크에 인수된 에어프레미아가 다시 경영권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구조 재편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6일 항공업계 등엔 VIG파트너스가 이스타항공 잠재 원매자 접촉에 나서는 등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월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이후 약 2년 만으로, 통상 사모펀드가 인수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5년 안팎 기간에 매각하는 것과 비교하면 발빠른 행보로 평가된다.
VIG파트너스는 약 400억원을 투입해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다.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 인수 후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잠식을 해소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로 인해 경영 정상화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스타항공은 2023년 2월 항공운항증명(AOC)를 재발급받아 운항을 재개했다. 인수 전 3대였던 항공기는 15대까지 늘었고, 내년까지 총 27대의 항공기 확보를 추진 중이다.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22년 1억원에 못 미쳤던 이스타항공의 매출액은 2023년 1467억원, 2024년 4612억원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 영업적자는 이 기간 577억원에서 374억원으로 200억원가량 감소했고,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VIG파트너스가 이스타항공 조기 매각을 검토 중인 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LCC 출범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 이스타항공이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각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는 이스타항공의 기업가치를 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종업계인 티웨이항공은 지난 2월 대명소노그룹에 매각됐을 당시 약 9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며 항공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대명소노그룹은 이스타항공의 유력 원매자로 꼽힌다. 대명소노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LCC 업계 2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이스타항공의 항공기가 27대로 늘어나고, 흑자 전환이 예상되면서 매각 타이밍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관측했다. 다만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관련해서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타이어뱅크가 최대주주인 에어프레미아 향후 행보에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타이어뱅크는 오는 9월 말까지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 판매대리점을 운영하며 개인사업자인 점장이 독립 운영하는 것처럼 명의를 위장하는 방법으로 종합소득세 등 80억원 상당을 탈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달 23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최근 김 회장의 보석 신청까지 기각하면서, 단기간 내 경영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법률적 문제를 넘어, 타이어뱅크의 자금 조달 능력 및 기업지배력 행사에 실질적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김 회장이 에어프레미아의 등기이사직을 상실하거나 에어프레미아가 항공 운송사업 면허를 박탈당하는 건 아니지만, 9월 말까지 잔금 994억원을 납부해야 하는 타이어뱅크 입장에선 오너의 손발이 묶이면서 자금 조달 및 인수대금 완납 등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타이어뱅크 측은 인수대금 납입 기한을 최대 한 달까지는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10월 말까지 잔금을 완납하지 않는다면 2대 주주(JC파트너스·대명소노그룹)가 타이어뱅크 측 지분(46%)까지 끌어다 제3자에게 공개매각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뱅크의 자금력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오너 리스크로 손상된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인수금융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타이어뱅크 측이 예정대로 인수승인의 마침표를 찍더라도, 오너 리스크는 중장기 성장 전략 수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무구조 개선과 항공안전 전략 수립, 시장 내 입지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예측일 뿐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안정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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