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SK온에 '알짜' 엔무브 합친다…SK이노의 정면 돌파(종합)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7.30 18:55  수정 2025.07.30 19:05

SK온과 SK엔무브 합병 통해 수익성·성장성 겸비한 전기화 사업 재편

SK이노베이션·SK온·SKIET 총 8조원 자본확충…재무구조 개선 본격화

2030년까지 EBITDA 20조원·순차입금 20조원 미만 체제 목표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전기화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결정하고 총 8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적자가 지속된 SK온과 안정적인 수익을 내온 SK엔무브를 통합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 SK온, SK엔무브는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오는 9월2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1월1일을 합병기일로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계열사 전반에 걸쳐 지속성장을 위한 구조적 혁신의 일환으로, 사업 및 재무 구조 개선을 두 축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SK E&S와의 합병을 완료했고 SK온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통합을 마쳤다. 이번 SK엔무브 합병은 이러한 일련의 구조개편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SK온은 분사 이후 수년간 조 단위의 대규모 적자가 지속돼 왔으며 지난해에도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뚜렷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SK엔무브와의 합병을 추진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이번 합병의 목적에 대해 "전기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사업과 SK엔무브의 기유, 윤활유, 액침냉각, EV 공조용 냉매 등 핵심 제품군을 통합해 전기차 열관리와 에너지 효율 개선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양사의 동일 고객군을 활용한 제품 교차 판매를 통해 수익 증대가 기대되며, 액침냉각과 배터리를 결합한 패키지 솔루션 등 신규 시장 진입 기회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SK엔무브 합병과 사업구조 재편. ⓒSK이노베이션

또한,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순차입금을 대폭 축소하고 선제적인 재무건전성 강화를 추진한다. 회사 측은 올해 총 8조원 규모의 자본을 조달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의 제3자 유상증자 2조원과 영구채 발행 7000억원, SK온의 제3자 유상증자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유상증자 3000억원 등 5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진행된다. 여기에 연말까지 3조원 수준의 추가 자본조달도 추진한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성장을 위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추진해 왔다"며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고 재무 구조 안정화를 통해 단단한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SK온은 기술 및 제조 역량, 트레이딩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배터리 회사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올해 1조5000억원 이상 순차입금을 줄이고 2025년까지 누적 9조5000억원 이상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2030년까지 EBITDA 20조원, 순차입금 20조원 미만 체제 구축이 중장기 목표다.


SK온 역시 합병 이후 수익성과 재무안정성 강화에 방점을 찍는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새로운 시너지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성장 구조로 삼아 성장 투자를 지속하겠다”며 “2030년에는 EBITDA 10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부채비율도 100% 미만의 수준을 유지하는 단단하고 내실 있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날 SK온과 SK엔무브 합병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SK온의 IPO(기업공개) 계획에 대해 현재로서는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장 총괄사장은 “이번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올해 FI(재무적 투자자)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이 해제되며 이에 따라 SK온의 IPO 의무 조항도 사라진다”고 밝혔다.


이어 “SK온은 현재 수익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로 판단하고 있으며 합병법인에 대한 IPO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여건 변화에 따라 IPO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주 권익과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추가로 계획 중인 사업 재편이나 자산 매각 관련 질문에는 “지난 5년간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배경에는 수익성 저하와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있었으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 다양한 안건을 검토하고 있고 일부는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향후 확정되는 방안이 나오면 별도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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