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인하 조건으로 쌀·소고기 개방 요구설
李 공약에 쌀 TRQ 감축 담겨…정책적 딜레마
쌀 수입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국제 통상 협상에서 오히려 쌀 수입 확대 압박을 받는 모순된 상황에 놓였다.
미국이 관세 인하 조건으로 쌀 수입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농업계 반발까지 겹치며 정부의 통상 전략은 시험대에 올랐다.
앞서 28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미국 관세 협상과 관련해 농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가능한 국민 산업 보호를 위해 양보 폭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관세 협상 테이블에 농축산물 카드를 올렸다고 공식화한 가운데, 미국은 관세 인하의 조건으로 미국산 쌀과 소고기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쌀의 경우 TRQ(저율관세할당) 물량 확대 방식이 거론된다. 일본이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서 TRQ 물량을 늘려 미국산 쌀 수입을 확대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TRQ 내 미국산 쌀 수입 비중 확대에 합의했다. 일본은 TRQ 전량을 글로벌 쿼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특정 국가의 비중 확대가 제도적으로 가능한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는 WTO 협정에 따라 연간 40만8700t 규모의 쌀을 TRQ 형태로 수입하면서, 국가별 쿼터를 고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약 38%(15만t), 미국이 32%(13만t)를 차지하며, 특정국에 배정되지 않은 잔여 물량은 약 2만t 수준이다.
문제는 TRQ 내 특정국 쿼터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쿼터 보유국(미국·중국·태국·호주·베트남) 5개국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산 쌀 비중 확대가 현실화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미국의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세운 공약과의 충돌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에 쌀 수급 균형을 위해 TRQ 물량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수입 물량을 줄여 국내 수급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기조였다.
공약과의 충돌에 농업계의 거센 반발까지 겹치며, 정부의 통상 전략은 이중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TRQ 물량 확대 등 쌀 수입 개방 카드는 협상에서 유용한 지렛대가 될 수 있지만, 정책 일관성과 산업 보호라는 두 과제 앞에서 정부의 선택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길 등은 최근 성명을 통해 “쌀·대두 등 주요 식량 작물의 관세 인하 또는 TRQ 증량은 산업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라며 “식량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쌀 등 국내 대표 농축산물의 무역장벽 철폐를 논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농축산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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