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신세’ 지식산업센터…주거시설 용도변경 현실성 ‘물음표’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07.27 06:00  수정 2025.07.27 06:18

경기침체에 고금리·대출규제 여파…줄줄이 ‘경매행’

수급 불균형 심화…매매 줄고 거래량도 ‘축소’

제도 개선 및 주거·숙박시설 용도 전환 촉구

“노인 복지시설 등 공실 활용 방안 찾아야”

ⓒ뉴시스

한때 수익형 부동산 인기 투자처로 꼽히던 지식산업센터(지산)가 부동산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이 맞물리면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공실 및 미분양 해소를 위해 주거·숙박시설 등으로 용도 전환을 추진하는 등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심 내 공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단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주거용으로 전환이 쉽지 않은 데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단 견해다.


2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경매로 나온 지산 매물은 347건에 이른다. 지난 2001년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던 지산은 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산업 관련 시설 및 편의·지원시설이 함께 입주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 복합 건축물이다. 일반 공장과 달리 주로 도심이나 도심 근교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단 점이 특징이다.


금리가 낮고 집값 상승기던 지난 2020년부터 공급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분양 또는 매입 가격의 약 80%까지 대출이 가능해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개인 매수세도 활발했다. 그러다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이 점차 침체기에 접어들며 지산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단기간 대폭 늘어나면서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고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지산은 줄줄이 경매로 넘어갔다.


거래량도 대폭 줄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지산 거래량은 552건으로 직전 분기(971건) 대비 43.2% 감소했다. 거래금액도 같은 기간(3959억원) 대비 44.8% 줄어든 2184억원을 기록했다.


대출규제 강화로 자금조달 부담 가중, 누적된 물량, 경기 둔화로 인한 기업 수요 위축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에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 지산 수분양자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분양 당시 정부와 지자체의 산업 활성화 계획에 대한 신뢰로 계약했으나 현재는 모든 리스크를 소유주 개인이 떠안고 있다”며 “사업 용도로 활용하려 해도 업종 제한이 걸려 불가능하고 임대를 놓으려 해도 수요가 없으며 매매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입주 업종 완화 및 현실 반영한 규제 완화 조치와 함께 공실 해소를 위한 매입·전환·리모델링 등 국가 차원의 해법 마련, 실수요자 중심의 세제·융자 혜택 재정비 및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지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해외 사례처럼 지산의 용도 전환을 검토해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실제 미국·일본·영국 등은 관련 규제를 완화해 업무시설의 주거용 전환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서울의 공급부족 문제가 심화하는 만큼 도심 내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지산 공실을 주거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 달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산 공실 문제가 나날이 심화하는 만큼 비어 있는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주거시설로의 용도 전환은 관련 기준이 모호한 데다 형평성 문제와 이해관계에 따른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단 진단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주거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기준을 만드는 것부터 쉽지 않다”며 “화장실부터 주차장 등 주거시설 기준에 부합하려면 다시 비용을 추가해 공사를 해야 할 텐데 이미 분양받고 자금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수요자들이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뭘 우선순위에 두느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용도변경을 허용해 줄 경우 전국의 모든 지산을 다 해줄 것인지, 언제까지 지어진 지산에 대해 완화 규제를 적용할 것인지 등 생각해 볼 사안들이 많다”며 “생활형 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용도 전환이 가능해진 이후에도 찬반 갈등이 계속되는 것처럼 지산도 입장 차가 첨예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신규 공급은 막되 기존 공급된 물량과 공실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정부가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며 “노령 인구가 늘어나니 공실을 노인 복지시설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 무작정 주택으로 바꾸지 말고 공공이 매입해 임대를 놓는 등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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