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비주택 사업 수익구조 다변화 속도
원전·친환경에너지 비롯해 스마트양식 등 이색 신사업도 눈길
포트폴리오 다각화…안정적 수익 창출 및 리스크 분산 효과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 의존도를 낮추고 신사업 추진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신사업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추가 규제 추진 가능성이 커졌고 지방은 미분양 주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지방 건설사들의 폐업도 잇따른다.
향후 건설경기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한 달 전보다 0.8p 떨어진 73.5를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이보다 낮으면 향후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단기간 건설경기 회복을 점치기 어려운 만큼 건설사들은 원전,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돌파구를 마련한단 복안이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원전 사업으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올 초 현대건설은 에너지 중심의 미래성장 전략인 ‘H-로드’를 발표했다. 대형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신재생에너지·송변전 등 에너지 산업 중심 성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관련 성과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에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설계 계약을 체결, 연내 설계·조달·시공(EPC) 본 계약 체결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어 6월에는 핀란드 국영에너지기업 포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위한 사전업무착수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들 가운데 선제적으로 미국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 관련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원전 해체 분야 수주 먹거리를 확보한단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그린수소·SMR 등 친환경 분야를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올해 5월 일본 중공업 기업인 IHI사와 SMR을 위한 강판 콘크리트 벽체 모듈화 실증을 완료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스웨덴 SMR 개발업체 칸풀 넥스트 에스토니아 SMR 프로젝트 사업 협력을 통해 유럽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하반기에는 일본 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국내 건설업체 진입장벽이 높은 일본 시장에서 그린 수소 등 에너지 관련 수주 기회를 엿볼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그린수소 기술 활용 및 그린수소 생산시설 건설 프로젝트 등 일본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려 사업 보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지난 3년 간 정원주 회장이 해외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네트워크를 구축,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 결과 올해 5월 대우건설은 우르크메니스탄에서 1조원 규모에 이르는 미네랄 비료플랜트 건설사업 본계약을 따내며 중앙아시아 진출을 알렸다. 수 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사업도 기대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도시개발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끼엔장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투자자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인도네시아 부동산 개발 및 인프라 구축 등 사업 협력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건설 시장까지 수주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지속가능항공유(SAF),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등 에너지 관련 신사업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자회사 카본코를 통해 북미 시장에 진출, 이산화탄소 흡수제 개발 등 기술 경쟁력도 키워나가는 중이다.
육상 탄소 저장소 개발에도 뛰어들어 폐갱도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하는 한국 국책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GS건설은 ‘탈현장’ 공법으로 대표되는 모듈러 사업을 비롯해 스마트양식 등 이색 신사업에 나섰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건축물을 구성하는 모듈(부품)을 사전 제작해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로 품질이 균일하고 공기 단축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지난 2020년 목조 모듈러 전문업체인 폴란드 단우드와 철제구조 모듈을 공급하는 영국 엘리먼츠 등을 인수해 모듈러 주택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체 모듈 제조사인 GPC와 목조 모듈러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도 설립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에는 대규모 스마트 연어양식장인 ‘부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준공, 본격적인 연어 육상 양식에 돌입했다. 자체 순환 여과 기술 및 담수화 양식시설 처리 특허 기술을 활용한다. 2년 여간 양식 기간을 거쳐 내년 4분기부터 연어를 출하할 계획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 흐름이나 대내외 경기 변동 등에 관계없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고 건설업과 연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성장 전망이 밝은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며 “신사업을 추진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면 아무래도 리스크를 분산하고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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