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세에 6·27 대출규제…커지는 주거불안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증가…전체의 20.2→24.7%
정책대출까지 막혀…무주택자 주거사다리 형성 난망
6·27 대출규제가 시행된 뒤 기존 전셋집에서 이사 가지 않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임차인이 늘었다.
입주물량 부족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출 규제까지 더해져 갈수록 전세물량이 줄어들 우려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27 대출규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간 이후 지난 1~18일까지 이뤄진 서울의 아파트 전세계약 건수(계약일 기준) 4403건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사례는 1088건으로 전체의 24.7%를 차지했다.
6월 같은 기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비중이 전체 전세 계약 건수의 약 20.2% 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4.5%포인트(p) 증가한 것이다.
올 상반기 전세 갱신 거래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거래는 1만7204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396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연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거래(1만5736건)보다 더 많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에게 2년 전세 계약 후 1회 갱신을 통해 최대 4년 간 거주를 보장하는 제도다.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임대료 상한선은 기존 임대료의 5% 범위 이내로 제한된다.
임차인들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이 증가는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된단 점이 영향을 미쳤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고 6개월 내 전입신고 의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 규제 강화로 집주인들이 실입주해야 하거나 매매와 전세 사이에서 고민하던 수요가 전세 시장에 눌러 앉으면서 전세물량 자체가 귀해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 오르며 2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0.41%)·강동구(0.30%)·노원구(0.23%)·구로구(0.14%) 등이 서울 평균 전셋값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수요 대비 공급도 부족하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매물은 한 달 전(2만5151건)보다 1.0% 줄어든 2만4910건으로 집계됐다. 올 1월과 비교하면 21.8%나 감소했다.
업계에선 한동안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도 시행 중인 데다 주택공급 절벽과 추가 부동산 규제 가능성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서다.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것도 한 몫 한다. 전세사기 여파로 이미 월세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자금력이 약한 임차인의 경우 전셋값이 계속해서 오르면 월세시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임대차시장 전반적으로 갱신계약에 나서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거란 견해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임차인의 전세대출을 임대인의 DSR로 산정하는 방안까지 언급한 만큼 임대차시장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담대는 물론 정책대출까지 축소되면서 주거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졌다”며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안 된 계층은 주택 구입은 더 멀어지고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존 전세보증금으로는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려워졌고 월세도 상승하고 있어서 임차인 입장에선 계약 연장과 계약갱신청구권 요구 등을 하는 것이 차선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전세대출까지 건드려 집값을 잡겠다는 건 심히 우려된다”며 “처음부터 전세대출을 도입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건드리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전세대출이 안 나와 올리지 못한 전셋값은 월세로 전환되는데 대출 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내면서 목돈을 모으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서울 집중화를 방치해 인구 분산이 실패했고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주택공급을 늘리지 못한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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