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지급 불능상태 오기 전 선제적 회생 신청
반면 정육각은 뒤늦게 신청…개시 시점 중요
최근 부쩍 잦아진 유통기업들의 회생신청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회생절차는 왜 존재하며, 또 언제 신청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최근 회생절차가 진행 중에 있는 두 기업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급 불능상태가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와 지급불능 상태에서 뒤늦게 회생에 들어간 정육각의 현재 상황을 보면 기업회생절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생절차 개시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4일 단기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급불능 상황이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회생법원에서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속하게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함에 따라 홈플러스는 우려했던 지급불능 사태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현재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유지하며 인가 전 M&A 등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협력업체에 상품대금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됐다. 회생에 이르게 된 이유와 책임론은 별도로 하고 일단 파국은 면하게 된 것이다.
경제 논리로만 본다면 조사보고서 상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나옴에 따라 바로 청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법원은 대규모 유통기업의 청산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청산 대신 회생 인가 전 M&A를 택했고, 대주주는 2.5조원 상당의 보통주를 무상소각 하기로 결정하면서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인가 전 M&A를 통한 정상화의 길이 열리면서 경쟁력의 핵심인 공급망과 소비자 신뢰도 지켜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지급불능 상황이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회생을 신청, 개시하면 충분한 시간을 가치고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대응이 가능해 기업화생 성공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 기업을 정상적으로 되돌린다는 기업회생절차 본연의 목적이 보다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정육각과 자회사 초록마을은 7월4일, 이미 지급불능 상태가 발생한 상태에서 뒤늦게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회생절차를 실행할 조직 유지마저 어려워져 회생신청 직후 본사 직원 전원이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고, 현재 직원 중 일부만 공장 등 자산정리를 위해 남아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250여곳에 달하는 초록마을 협력업체가 100억원이 넘는 납품대금을 받지 못했고, 전국 230여개 가맹점으로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규모 업체임에도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유통업 특성 상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이처럼 회생신청이 늦어지면 법원의 개시 결정이 난다고 해도 회생절차는 더 이상 ‘재도약’의 발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회생성공 여부는 결국 회생신청 시점에 따라 갈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회생절차를 과거 법정관리나 화의제도와 같이 최후의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회생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이러한 목적이 효과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조직과 영업망이 온전히 유지되는 상태에서 회생절차가 진행돼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회생절차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만 직원들은 물론 협력업체와 채권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
특히 유통업처럼 공급망과 가맹점, 소비자 신뢰가 중요한 산업일수록 회생개시 시점은 더욱 중요하다.
회생절차는 시간과 신뢰를 가지고 있을 때 시작돼야 한다. 자금이 바닥나고 협력업체와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뒤에 신청하는 회생은 기업을 되살리지 못한다.
성공적인 기업회생을 통해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협력사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금력과 시장의 신뢰가 남아 있을 때 선제적으로 회생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 성패는 ‘타이밍’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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