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때면 생각날 법한, '된장이' [볼 만해?]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7.03 08:35  수정 2025.07.03 08:35

슴슴하고 담백한 만큼 보는 눈과 듣는 귀, 공감하는 마음 모두 편안한 '된장이'다.


ⓒ㈜영화특별시SMC

2일 개봉한 영화 '된장이'(감독 조한별)는 말빨의 요술사 제니(강지영 분)가 불로장생의 상징인 천년삼주를 훔쳐 달아나기 위해 된장할배(유순웅 분)의 집을 방문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천년삼주를 찾기 위해 복지센터 직원을 사칭한 제니는 된장할배의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살핀다. 이 과정에서 된장이와 끊임없이 대립하고 다투지만 자연스럽게 정이 들고, 이때 마냥 미워보이기만 하던 제니의 트라우마도 자연스럽게 공개된다.


강지영은 어딘가 푼수같으면서도 마음 속 상처가 있는 제니를 매력적으로 잘 표현한다. 제니는 된장이를 통해 그동안 외면했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이겨내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연기하며 관객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특히 깜짝 놀랄 때나 감정이 폭발할 때 터져나오는 욕설,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과 지나치게 편안한 옷차림까지 잘 소화하며 다소 망가질 수 있는 장면도 과감하게 연기한다. 덕분에 화려한 제니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뿐만 아니라 된장이 역을 맡은 이주원과의 케미스트리도 사랑스러운데, 함께 밥을 먹는 장면과 도둑을 잡는 장면, 극 말미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장면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가족의 새로운 의미와 공존, 화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끝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된장이와 된장할배의 일상을 통해 도시 생활에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아래 강아지와 닭, 염소를 가족으로 여기는 된장이의 순수한 시선과 된장할배의 깊은 철학이 울림을 준다. 다소 클리셰적이지만, 아는 맛이라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러닝타임 95분. 12세 이상 관람가.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