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슴하고 담백한 만큼 보는 눈과 듣는 귀, 공감하는 마음 모두 편안한 '된장이'다.
2일 개봉한 영화 '된장이'(감독 조한별)는 말빨의 요술사 제니(강지영 분)가 불로장생의 상징인 천년삼주를 훔쳐 달아나기 위해 된장할배(유순웅 분)의 집을 방문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천년삼주를 찾기 위해 복지센터 직원을 사칭한 제니는 된장할배의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살핀다. 이 과정에서 된장이와 끊임없이 대립하고 다투지만 자연스럽게 정이 들고, 이때 마냥 미워보이기만 하던 제니의 트라우마도 자연스럽게 공개된다.
강지영은 어딘가 푼수같으면서도 마음 속 상처가 있는 제니를 매력적으로 잘 표현한다. 제니는 된장이를 통해 그동안 외면했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이겨내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연기하며 관객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특히 깜짝 놀랄 때나 감정이 폭발할 때 터져나오는 욕설,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과 지나치게 편안한 옷차림까지 잘 소화하며 다소 망가질 수 있는 장면도 과감하게 연기한다. 덕분에 화려한 제니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뿐만 아니라 된장이 역을 맡은 이주원과의 케미스트리도 사랑스러운데, 함께 밥을 먹는 장면과 도둑을 잡는 장면, 극 말미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장면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가족의 새로운 의미와 공존, 화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끝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된장이와 된장할배의 일상을 통해 도시 생활에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아래 강아지와 닭, 염소를 가족으로 여기는 된장이의 순수한 시선과 된장할배의 깊은 철학이 울림을 준다. 다소 클리셰적이지만, 아는 맛이라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러닝타임 95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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