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인천공항과 임차료 협상 평행선…‘철수 카드’ 꺼내들까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5.07.03 07:21  수정 2025.07.03 07:21

임차료 인하 조정 불성립…공사 "수용 불가" 강경

면세점 철수 시 공항도 매출·경쟁력 타격 불가피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구역에 공항 이용객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면세업계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와 임차료 인하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며 임차료 40%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공사는 감액 요건 미충족,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차료 조정이 최종 불발될 경우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사 입장에서도 면세점들이 철수하면 매출·경쟁력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임대료 조정 신청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오는 8월14일 다시 조정 기일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달 진행된 조정 기일에서는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종료됐다.


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법원에 임차료 40% 인하를 요청하는 조정 신청서를 냈다.


제1·2여객터미널 내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에 대해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하는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다.


면세점을 찾는 내외국인들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임차료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수요 감소와 개별 여행 트렌드 확산 등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697억원, 3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는 입찰자가 예상하는 여객 1인당 수수료에 공항 이용객 수를 곱해 산정한다.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이 당시 면세 특허권 입찰에 나서면서 여객 1인당 수수료로 약 1만원을 써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달 300억원가량을 임차료로 내는 셈이다.


문제는 공사가 임대료 인하 조정안 수용 불가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면세점의 임대료를 인하하게 되면 인천공항에 입점한 다른 면세점과 편의점 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데다 차임감액조건 미충족, 입찰 공정성 훼손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공사의 수용 불가 입장이 강경한 만큼 면세점 간의 조정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결국 면세점들이 인천공항에서의 사업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면세점들의 철수가 현실화할 경우 인천공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인천공항의 비항공수익이 전체 수익의 65%를 차지하는데 이 중 면세점 임대료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또한 대한민국의 대표 관문 공항에 면세점 같은 핵심 편의시설이 빠진다면 글로벌 허브 공항으로서의 위상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해외 주요 공항들은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임대조건을 조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홍콩국제공항은 임대료를 매출 연동 방식으로 조정하거나 계약 갱신 시 조건을 낮추고 있으며, 태국공항공사(AOT)도 면세점 입점 업체와 재협상을 검토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난 게 아닌 만큼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라면서도 “면세 업황이 힘든 만큼 공사에서도 해외 주요 공항들처럼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타협점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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