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취약 차주 소외 우려에
새 인뱅 설립에 실효성 논란 나와
'메기'냐 '미꾸라지'냐 우려 여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시장 전반이 거센 파고에 넘실 거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반등 조짐과 맞물려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은 뒤늦게 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한편으로는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이라는 또 다른 정책 기조로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계부채는 줄이고, 금리는 내려라"는 엇박자 신호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빚 탕감'과 '배드뱅크' 설치 등 더없이 민감한 정책들이 정치적 명분 아래 추진되며, 금융의 안정성과 형평성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금감원 개편, 제4인터넷은행 신설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예고되면서 우리 금융체계는 17년 만에 가장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데일리안은 '긴급 금융시장 점검' 기획을 통해 현 정부의 금융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과 그 실효성을 집중 점검한다. 금융 규제와 완화, 소비자 보호와 도덕적 해이, 혁신과 무분별한 확장 사이에서 정부와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금리 특화 인터넷전문은행 신설 계획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중·저신용자들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목표지만, 건전성을 챙길 수밖에 없는 은행 특성상 결국 취약 차주를 또다시 분리하는 또 다른 제2금융권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중금리대출의 최전선에 있는 제2금융권의 현행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이를 전담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정부는 상생금융 강화를 위해 중금리 특화 인뱅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중금리 대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기존 금융 소외계층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중금리대출은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보험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이 주로 취급하고 있다. 제2금융권은 은행으로 대표되는 제1금융권과는 달리, 은행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도 예금 수취 외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을 뜻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제1금융권에 비해 대출 심사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 신용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담보력이 부족한 개인 및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내주고 있다.
불가피한 경쟁…'서민금융 지원' 목표에 부정적일수도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겠다는 중금리 특화 인뱅이 이러한 기존 제2금융권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 제도와 운영 방안은 아직 설립되지 않았지만 제1금융권보다 완화된 심사 기준으로 대출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형태라는 얘기다.
중금리 대출을 주력으로 삼는 저축은행에서는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수익 경쟁에 나서야 하는데, 이미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불가피한 경쟁 심화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본래의 목표 달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상대적 우량 차주 지원에 그칠 수도"…정책 기반 마련 우선
중금리대출 전문 인뱅이 오히려 중저신용자를 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새롭게 출범하는 인뱅은 금융기관의 특성상 초기 운영 단계에서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곧 부실 위험이 낮은 중·저신용자 위주로 취급할 수 있어서다.
실제 기존 인뱅 3사의 경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토스뱅크의 경우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4.3%를 기록했지만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취급하면서 연체율은 1.26%에 달했다.
이러한 '선별적 대출' 행태가 나타날 경우 기존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더욱 취약한 계층은 여전히 높은 금리에 시달리거나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히 새로운 금융기관 설립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저신용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정책적 대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을 넘어, 금리 수준의 적정성 확보, 채무 불이행 위험 관리 방안, 그리고 금융 교육 및 상담 지원 시스템 구축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제2금융권이 중금리 대출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미 중·저신용 대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제2금융권을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지난해 9조원이 넘는 중금리대출을 공급하며 금융당국의 목표치의 약 30%를 차지했다. 영업 제한, 건전성 규제 등 현재 적용되는 촘촘한 규제를 완화해 이들의 역할을 강화하면 더 큰 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 특화 인뱅 신설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금융 당국의 세밀한 시장 분석과 함께 기존 금융권과의 협력 방안 모색 등 보다 포괄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면밀한 설계 없이 추진될 경우 은행 시스템의 보완보다는 또 하나의 유사한 형태의 제2금융권이 만들어져 시장의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