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업박물관 ‘앙부일구’ , ‘내일의 농업’ 전시 가보니
터치형 스크린·AI 로봇·기후 체험 등 참여형 콘텐츠 다양
예산 제약 탓 자료 확보·기획 전시 확대 등 한계도 존재
“콩, 보리, 밀을 손에 담아가세요.”
16일 국립농업박물관이 기획한 ‘앙부일구’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건 별자리 영상이었다. 영상은 바닥에 떠 있었으며 관람객이 손을 넣으면 ‘보리’, ‘밀’, ‘콩’ 등 글자가 담겼다. 별과 농업을 결합한 미디어 영상으로 관람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앙부일구 기획전은 시간과 계절을 통해 축적된 선조 철학적 지혜와 과학기술 발전이 우리 농업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고, 우리 농업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총 3부로 나뉘었으며 1부는 빨강, 2부는 파랑, 3부는 초록 등으로 시간을 상징하는 색으로 전시실도 꾸며져 있었다.
특히 2부에서는 미디어아트를 통해 앙부일구가 담고 있는 시간과 계절에 해당하는 농사 흐름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단순히 놓여 있는 유물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생생한 이미지로 앙부일구를 표현해 전 연령대가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현재 전시 중인 앙부일구는 농업박물관 측에서 국가문화 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내일의 농업’ 전시장에서도 다양한 미디어아트 등을 만날 수 있었다. 내일의 농업 전시는 농업과 관련한 첨단기술을 경험하고 향후 변화상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미래 농업을 뜻하는 만큼 전시장도 각종 체험 요소가 다양했다. 폭우, 가뭄, 폭설 등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천장형 미디어아트 영상도 있었다. 천장에선 폭우가 내리는 이미지가 그려져 있었고 비 내리는 소리까지 현실감 있게 들렸다.
또 AI 수확 로봇도 관람했다. AI 수확 로봇이 토마토 개수 등을 인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 얼굴도 인식했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한 극한 상황(남극, 사막, 우주) 속 스마트팜 제어 체험도 가능했다. 남극으로 설정된 공간 안에서 해수 염분을 측정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농업박물관이 농업 유산을 단지 보전하는 곳이 아닌, AI·생산성·첨단산업화 등 농업 속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미디어아트, 터치형 스크린, 스마트팜 투명 디스플레이 등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단순한 시각적 전달을 넘어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오경태 국립농업박물관장은 “농업박물관은 농업의 첨단산업화, 기후 변화 속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 조성 등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설·기획 전시를 통해 국민에게 소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업의 가치 확산과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람객 체험형 전시 등으로 농업에 대한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지만, 예산 등 한계도 존재한다.
농업박물관 올해 총 예산은 약 200억원이다. 약 150억원이 직원 인건비 등 운영비로 사용되며, 나머지 50억원으로 기획 전시 등을 추진한다. 이 중 유물 구입비는 6억원이다. 보물급 유물을 경매로 낙찰받아 오려면 기본 2~3억 원은 투입돼, 현 예산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부족한 예산 탓에 학술 기능이 미흡하다고도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또 예산 부족 문제로 자료실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농업박물관엔 총 19명의 학술·학예사가 근무하고 있다. 단독 기획 전시가 가능한 학예사는 6명뿐이며, 이 중 3명은 보직자다. 단독 기획이 가능한 학예사는 4년 이상 근무하며, 전시·학술·유물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이들에 한정된다.
농업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이 2022년 12월에 개관해 만 3년이 되지 않았다.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자료실 등이 없는 상황”이라며 “예산 대부분 운영비로 사용되다 보니 기획에 집중할 수 있는 사업비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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