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창립 제75주년 기념사 발표
"올해 우리 경제상황 결코 녹록지않아"
"급하다고 경기부양 과도하게 의존시 더 큰 부작용"
"금리 정책 인하기조 유지하되 신중히 결정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9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향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창립 제75주년 기념사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금년도 경제성장률은 0.8%, 내년도 성장률은 1.6%로 지난 2월 전망에 비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불과 3개월 만에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0.7%p나 낮춘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이러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만큼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보고 있다"며 "우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내리면서 피벗(pivot·통화정책 기조전환)에 나섰다. 이후 같은해 11월에는 3.0%로 2회 연속 금리를 내렸고, 올해도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자산 시장의 과열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밝혔다.
그는 "현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급하다고 경기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으며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주요국 무역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 외환시장 변동성도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의 금리 정책은 인하기조를 유지하되 구체적인 인하 폭과 시점은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며 신중히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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