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격 누가 먼저 올릴까"… 재고 바닥난 현대차, 깊어지는 고심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6.11 15:38  수정 2025.06.11 15:38

미국 가격 인상 본격화… 포드, BMW, 볼보 등 인상 결정

현대차 신차 재고 3개월, 기아 2개월… 가격 인상은 아직

눈치보는 현대차-토요타-혼다… 점유율 지키기 '안간힘'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

미국 트럼프발(發) 자동차 관세에도 가격 인상 없이 버티던 현대차, 기아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가격 인상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BMW, 혼다, 포드 등 주요 업체들이 이미 가격 인상을 결정하고 나섰지만, 대중브랜드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곧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분위기다.


11일 오토모티브뉴스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미국 시장의 자동차 평균 판매 가격은 5만16달러(약 6791만원)를 기록하며 한 달 만에 다시 5만 달러 선을 돌파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제조업체들이 차량 가격을 인상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이 지난 4월 초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완성차업체 스바루는 지난 5월까지 전체 라인업 가격을 평균 4.2% 인상했다. 미국에서 EX90 모델만 생산하는 볼보도 2026년형 모델 가격을 약 4% 인상할 예정이다.


BMW도 다음 달 1일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가격을 1.9% 올리기로 했다. 전기차를 제외한 대부분 차량이 대상으로, 가격이 최대 2500달러(약 340만원) 오른다.


미국 전통 자동차 업체인 포드도 이달부터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3종(매버릭, 브롱코 스포츠, 마하-E)의 가격을 최대 2000달러(약 270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포드는 미국의 관세로 인해 올해 15억달러(약 2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당초 이달 2일까지 가격 동결을 선언했던 현대차 역시 고심이 깊어지는 눈치다. 그간 미국에 쌓아둔 재고로 가격 경쟁력을 지켜왔지만, 재고가 바닥났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기준 미국 내 약 3개월치, 기아는 약 2개월 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 계산하면 현대차는 약 한 달 분이 남았고, 기아는 이미 재고가 바닥난 셈이다.


재고가 떨어지는 시점부터는 관세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된다. 현지 생산 물량으로 한계가 있는 차종은 수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팔아도 기존보다 수익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차·기아가 아직까지 가격 인상안을 내놓지 않은 데에는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MW, 볼보 등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대중브랜드 특성상 가격 경쟁력이 곧 점유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토요타, 혼다 등 현지 경쟁 브랜드들 역시 가격과 관련해서는 인상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말 블룸버그에서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모든 차종의 가격을 1%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당시 현대차 측은 "이 시기는 시장 동향과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는 정기적인 연례 가격 검토"라며 부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관세가 장기화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어떤 업체가 가장 먼저 가격을 인상할 지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업체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 경쟁 브랜드들이 반사 효과를 누리기 위해 오히려 가격 동결 기한을 늘리면서 출혈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중브랜드 성격상 관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만큼 당장은 미국 내에서 브랜드 입지와 점유율을 지키는 것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며 "먼저 인상하는 브랜드를 기다렸다가 브랜드 선호도와 점유율의 반사효과를 보는 업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타격이생기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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