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기업 무수익여신 51%↑
기업 부실 '빨간불'에 대출 문 잠그자
당국은 지원 유도 차원으로 규제 완화
국내 5대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에서 더 이상 이자를 거둘 수 없게 된 이른바 '깡통 대출'이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어두운 경기 전망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다.
금융당국이 올 하반기 도입 예정이었던 은행권 자본 강화 규제(스트레스완충자본) 시행 시기를 또다시 연기한다고 전해지자, 기업 부실로 인한 은행의 부담이 덜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5조37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0% 급증했다.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이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9년 3분기 말 이후 처음이다.
무수익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수입이 없는 대출을 뜻한다. 대출을 내주고도 이자조차 받지 못해 깡통대출이라 불린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자를 갚을 여력이 부족한 부실 기업이 크게 늘어난 탓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중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9122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51.2% 뛰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었는데, 미국의 상호관세 영향이 언제 끝날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더 조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71조4183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740억원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6조7411억원으로 한 달 동안 1조8064억원 증가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 스트레스완충자본 규제를 또다시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완충자본은 은행이 위기 상황에 대비한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의무화해,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는 규제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들이 규정에 따라 자본을 최대 2.5%포인트 더 쌓아야 했다. 그러나 미 관세 정책 영향 등으로 기업 자금 공급 위축 우려가 제기되면서 도입이 연기되고 있다.
일단은 금융사들이 추가로 자본을 쌓아야 하는 부담을 덜어낸 만큼, 업계에서는 은행이 기업대출을 활성화할 여력이 생길 거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중 도입 시기 등을 재논의하기로 한 만큼 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도입 시기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정부의 인사 및 조직개편이 끝난 후 새로운 금융 컨트롤타워가 정해지면 규제 방향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 기업이 많아지면서 은행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경기가 어려운 만큼 정책 차원에서도 이들 기업을 금융 뒷받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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