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쌀 TRQ 감축 추진…WTO 재협상 가능성 ‘희박’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6.05 11:09  수정 2025.06.05 11:14

공약에 감축 명시했지만 구체 계획 미정

WTO 만장일치 원칙…국제 협상 부담 커

외교적인 벽에 공약 실현 가능성 ‘미지수’

ⓒ챗GTP

새 정부가 쌀 의무수입 제도(TRQ) 감축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쌀 수급 안정을 위해 TRQ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TRQ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에 따라 도입된 제도인 만큼, 감축을 위해선 WTO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벽이 존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세부 공약집에 쌀 수급안정을 위해 쌀 TRQ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감축 물량, 시기 등에 대한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WTO 농업협정은 세계 농산물 시장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국내 쌀 농업 보호를 위해 전면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최소시장접근물량(MMA) 이행을 약속했다. 2015년부터는 추가 개방 없이 TRQ 고정 수입을 선택했다.


연간 일정 수량 쌀을 낮은 관세율로 수입하고 그 외 수입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해 국내 생산자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이다. TRQ를 적용받는 일정 수입량은 낮은 관세율(5%)을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수입량에는 높은 관세율(513%)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TRQ로 인해 2015년부터 미국, 중국, 태국, 호주 등으로부터 40만 8700t을 수입해 오고 있다. 이를 놓고 일부 농민단체는 TRQ 물량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지난달 27일 TRQ 관련 일본 방문에 앞서 “지난 30년 한국농업은 의무적으로 수입되는 쌀로 인해 경지면적이 줄고 농업인구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농업소득 바닥이 나고 농촌은 피폐해지는 인구절벽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새 정부가 TRQ 감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외교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 TRQ는 단순 국내 정책이 아니라 국제법적 약속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 번 약속한 MMA는 일방적으로 감축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가 MMA 감축 의사를 표명하고 협상 개시를 요청해야 하는데, 일부 국가에서 반발할 수 있다.


WTO 협상은 회원국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해 결렬될 확률이 높다. WTO 회원국 약 160개국이 만장일치로 우리나라 쌀 TRQ 감축을 찬성해 주는 건, 전례가 없고 현실적으로 극히 어렵다.


WTO 농업협정 중 감축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올해 쌀 TRQ 물량 감축이 언급됐지만, 미국발 관세 등 협상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쌀을 수출하는 미국, 중국 등 국가에서는 한국 TRQ 축소에 대한 반대를 제기할 수 있다. 또 쌀 TRQ 물량을 축소하는 대신 다른 농산물 TRQ를 확대하는 등 방안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현재는 공약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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