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광주 관통한 ‘오월의 청춘’
‘미지의 서울’에 담길 지금의 청춘들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1980년 5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선 청춘들의 이야기로 ‘인생 드라마에 등극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던 이강 작가가 ‘미지의 서울’로 돌아왔다.
tvN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성장 드라마로 지금, 방황 중인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극 초반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하며 삶을 놓기 직전인 유미래(박보영 분)의 팍팍한 현실을 섬세하면서도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 과거와 현재 아우르는 이강 작가의 청춘들
드라마 ‘스파이’의 공동 집필을 맡았던 이강 작가는 이후 2021년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단독 집필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희태(이도현 분)와 명희(고민시 분)의 아련한 봄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 시작은 청춘 남녀의 로맨스였다. 서울대 의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희태와 광주 평화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명희가 부모 세대부터 얽힌 악연과 신분의 차이를 딛고 사랑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며 애틋함을 조성했다.
이미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이 알려진 만큼, 언제 위기가 닥칠지 불안감은 조성이 됐지만, 그 안에서 평범한 청춘남녀가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은 설레고 또 애틋했다. 그리고 시작된 광주의 비극에 두 청춘남녀가 어떻게 얽히는지, 그리고 끝내 어떤 비극을 맞이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핑크빛 설렘이 공포와 분노로 변모하게 된다.
5.18 민주화운동과 멜로라는, 다소 이질적인 소재의 결합이지만 그래서 후반부 비극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아프게 다가갔다. 부모 세대의 악연을 통해 어두운 그림자가 방송 내내 드리워져 있기는 했지만, 평범하게 꿈을 키워나가고 사랑을 나누던 청춘들이 맞은 안타까운 결말은 그것이 얼마나 아픈 비극이었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한 것이다.
나아가 41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맑은 하늘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희태의 ‘현재’가 남긴 여운도 길었다. 명희를 떠나보낸 희태가 얼마나 아픈 시간을 보냈는지를 짐작케 하면서, 동시에 5.18 민주화운동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건임을 상기시킨 것. 이에 ‘오월의 청춘’을 향해 ‘인생 드라마’라고 극찬하는 시청자들이 이어졌었다.
‘미지의 서울’은 현대의 청춘들이 주인공이다. 전교 1등 출신으로 서울의 공기업에서 일하는 미래와 부상으로 인해 육상을 그만두고 두손리에서 할머니의 병간호를 하며 열심히 일하는 미지는, 쌍둥이 자매로 늘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며 뛰어난 쌍둥이 언니 미래와 비교되는 미지가 뼈아프다.
그러나 알고 보니 미래는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삶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내몰려 있고, 이를 알게 된 미지가 그에게 ‘역할을 바꾸자’고 제안하며 이야기가 새롭게 전개된다. 여기에 학창시절까지 함께 고향에서 자란 이호수(박진영 분)의 존재까지. 팍팍한 삶 속에서도 연대하는 청춘들이 희망의 끈을 어떻게 이어나갈지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미지의 서울’은 ‘오월의 청춘’처럼 아픈 역사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청춘들의 아픈 현실을 조명하며 묵직한 주제를 그려낸다. 대신 ‘오월의 청춘’처럼, 전개가 무겁지만은 않다. 씩씩한 미지가 불어넣는 에너지와 쌍둥이 자매의 ‘역할 바꾸기’ 작전이 무사히 통할지 지켜보는 흥미 등 예상치 못한 전개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이 작가의 탄탄한 역량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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