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뒤덮은 ‘역대, 사상 초유’라는 수식어 [기자수첩-정책경제]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05.28 07:00  수정 2025.05.28 07:00

12·3 비상계엄 이후 무정부 상태

헌정사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

불안정한 정치 상황…韓, 경제 ‘빨간불’

KDI, 경제 성장률 0.8%…국책기관 최초

지난달 24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트레일러가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6개월 한국 경제 전반에는 ‘역대, 사상 초유’라는 수식어가 유달리 많이 붙었다. 사상 초유의 12·3 비상계엄 이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이면서 한동안 대대행 체제를 유지해야 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복귀로 국정 상황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했으나 한 전 국무총리는 물론 최상목 전 부총리까지 줄사퇴를 하며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됐다. 헌정사 초유의 일이었다.


경제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내수 상황은 좀체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대외 신인도도 하락했다. 0~1%대 경제 성장률 전망 속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책 연구기관 중 처음으로 0%대 경제 성장률을 예고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몰고 온 후폭풍은 우리나라 경제 사령탑에 향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7일 한 전 총리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대행 역할을 하게 됐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져 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범 직후 곧바로 관세 부과를 알렸다. 중앙 컨트롤타워 부재로 1인 4역을 맡은 최 전 부총리는 장장 39일 만에 미국 재무장관과 통화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그 사이 내수 역시 부진을 보였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갑을 닫게 만들었다. 매출이 줄어 가게 운영마저 여의치 않게 된 소상공인도 함께 무기력해졌다.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최근 폐업사업자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사업자는 98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3.7% 늘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고치다.


일을 구하지 못했거나 구직을 단념한 ‘쉬었음’ 청년 문제도 갈수록 태산이다. 15~29세 쉬었음 청년은 지난 2월 기준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모두 감소하며 처음으로 50만4000명을 기록했다.


우리 경제는 동력을 잃었다. 이는 곧 경제 성장률 전망으로 드러났다. KDI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1.6%에서 0.8%로 수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에서 0.7%로 대폭 낮췄다. 특히 KDI는 국채기관 중 처음으로 0%대를 예측했다. 건설업 부진과 통상 악화를 비켜가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재외국민 투표에 20만5268명 참여해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소신껏 행사했다. 이는 명부 등재 선거인 수 기준 79.5%로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먼 타국에서 한국 경제 상황을 바라본 이들은 차기 정권이 경제를 회복시키길 기대했다.


이번 재외선거에 참여한 한 유권자는 “해외에 살면서 뉴스로 접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참담함 그 자체다. 당선자는 집권 여당의 이익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우리나라를 바르게 이끌어 나가며 무너진 경제를 회복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 경제, 사회 그 어느 분야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한 해의 반이 저물었다. 역대, 사상 초유가 남긴 쓰라린 흔적은 미봉책으로 곳곳에 포진해 있다. 경제 사령탑이 여전히 공석인 가운데 당장 오는 7월에는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 협상까지 남아있다.


우리 경제는 하반기에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국책기관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경제 성장률 0~1%대를 언급하며 경고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내년 내수를 중심으로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기 정부가 남아있는 과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소할 것인지에 달렸다.


부정적 상황이 아닌, 회복의 과정에서 ‘역대, 사상 초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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