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 3위
6.3% 감소... “하이브리드로 수요 몰려”
2위 차지한 GM, 턱끝 추격한 포드
올해 관건은 관세 압박 속 ‘점유율 지키기’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기)과 관세 압박 속에서 올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2위 자리를 GM에 내줬다. 주요 업체간 핵심모델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하이브리드차와 수요가 분열된 결과로 풀이된다.
자동차 관세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 조짐으로 앞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업체들 간 점유율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통 업체 중 하나인 포드도 올 1분기 현대차·기아의 턱끝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만4239대, 기아는 9095대로 양사 합산 판매량은 2만3334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총 6.5% 줄어든 수치다. 현대차는 5.5% 증가했지만 기아는 20% 하락한 결과다.
판매량이 줄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 순위도 GM에 내주게 됐다. 작년까지는 2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1분기 GM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3만1887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면서다. 시장 1위인 테슬라는 전년대비 8.6% 감소한 12만 8100대로 시장 순위를 지켜냈다.
미국 전통업체인 포드도 턱끝까지 따라붙었다. 포드의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2만2550대로, 현대차·기아와 근소한 차이로 4위에 머물렀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위를 지켜왔던 현대차·기아의 순위 하락은 미국 내 주요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분기 미국 전기차 모델별 순위를 보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모델은 판매 ‘탑5’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분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Y(6만4051대), 모델 3(5만2520대)에 이어 포드의 머스탱 마하-E가 1만1607대로 3위에 올랐다. 이어 쉐보레 이쿼녹스 EV가 1만329대로 4위에, 혼다 프롤로그가 9561대로 5위에 안착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8511대로 6위에 이름을 올렸고, 기아의 전기차 모델은 판매 10위권 이내에 들지 못했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로 친환경차 수요가 분열된 결과로도 읽힌다. 전기차 판매량이 6.5% 줄어든 대신 같은 시간 하이브리드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1분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총 8만 6800대로 역대 1분기 최다치를 기록했다.
25%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 조치와 IRA 폐지 움직임이 시작된 만큼 미국 전기차 시장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시장 점유율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2기 이후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 향방을 알 수 없는 데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중 중국에 이어 2번째로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도 느리지만 지속 성장하고 있다. 올 1분기 미국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29만6227대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으며, 이 중 신차 전기차 판매량은 시장 점유율 약 7.5%를 기록했다. 시장에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꾸준히 전기차 신차를 출시해야한다는 의미다.
불투명한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제조사들의 전기차 신차 개발 의지도 확고하다. GM은 올해 볼트 EV를 출시하며, 토요타도 올해 북미 시장에 5종의 전기차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경쟁에 뛰어든다. 혼다가 내년 출시하겠다고 밝힌 전기차 신차도 최소 3종에 달하며, 닛산도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기차 계획을 철회하거나 관망하던 과거 움직임은 사라졌단 의미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 또는 축소되더라도 전기차가 향후 미국 자동차 시장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수긍한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경쟁 업체가 늘어나는 만큼 과거 테슬라를 주축으로 했던 할인 경쟁이 주요 핵심 업체를 중심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압박 속 수익 감소 위협과 트럼프의 반 친환경차 기조 등으로 전기차 시장이 둔화된다 하더라도 제조사들 입장에선 글로벌 흐름인 전기차를 포기할 수 없다”며 “점유율을 지키고 브랜드력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할인을 강행하는 업체들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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