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0.10~0.30%p 줄줄이 가산금리 인하
주담대 신규취급 7조5000억, 34.3% 상승
"토허제 풀리며 대출 수요 몰려…DSR 앞두고도 증가 불가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주요 은행들이 속속 대출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은행권들의 본격적인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에 가계대출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준금리가 인하된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5년 변동(주기형) 주담대를 신규 신청하는 경우 가산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 5일부터는 개인신용대출 대표 상품인 '우리원(WON)갈아타기 직장인대출' 금리도 0.20%p 내렸다.
NH농협은행도 지난 6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0.30%p 내렸다.
주기형 상품(신규·대환)은 0.20%p, 변동형 상품은 0.30%p 각각 낮췄다. 비대면 개인신용대출은 0.30~0.40%p 하향 조정했다.
하나은행은 전날부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대면)의 가산금리를 0.15%p 낮추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14일부터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최대 0.20%p 낮춘다.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10년물 한정)에서 주택구입자금과 생활안정자금의 가산금리를 각각 0.10%p 인하한다.
신용대출은 우리금리 신설을 통해 상품별로 0.10%p~0.20%p 내린다. 쏠편한 직장인대출, 엘리트론, 샐러리론, 새희망홀씨 대출 등 총 7가지 상품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연이어 대출금리 인하 메시지를 보내며 압박해 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출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해야 한다"며 "이제는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도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 '2025년 가계부채 관리 방안' 사전 브리핑에서 "은행권이 금리 인하에 시차를 가지고 우물쭈물할 상황은 아니다"고 거들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주담대가 견인
주담대 증가율 높아, 과거 대출 중단 상황 또 발생할 수도
이처럼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에 당장 금리를 인하하기는 했지만, 최근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여파로 대출 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금리를 인하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6조7519억원으로, 전월(733억6588억원) 대비 3조931억원 늘었다.
지난 1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762억원 줄어 10개월 만에 감소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583조3607억원으로, 전월(579조9771억원) 대비 3조3835억원 늘어나며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했다.
지난해 하반기 주담대 증가액은 ▲10월 1조923억원 ▲11월 1조3250억원 ▲12월 1조4697억원 ▲1월 1조5137억원 등으로 5개월째 1조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2배 넘게 늘어났다.
특히 이들 은행들의 지난달 새로 취급한 주택구입자금 목적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7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전월(5조5765억원)보다 34.3% 올랐고, 증가율 기준으로도 지난해 4월(34.8%) 이후 가장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가 당부만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어 시중 은행들이 금리 인하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도 "하지만 강남권 토허제가 풀리면서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 금융당국이 인하 시점을 또 헛다리 짚은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은행권에서는 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 수요가 집중되는데 가계부채는 또 조절해야 하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하니 이를 앞두고 그 전에 대출받으려는 수요로 대출이 또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연초니까 대출을 풀고 있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대출이 몰리면서 한도가 차면 갑자기 대출을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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