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도구화 우려도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고(故)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의 사망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생전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가 공개되면서다. 그런데 네티즌의 무분별한 마녀사냥이 시작되면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향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대상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방송인 장성규는 방관자로 몰리면서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쏟아지는 악플을 받아내야 했다. 고인의 괴롭힘 피해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이간질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장성규는 고인과 유족을 배려해 “사실과 다르다”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악플이 계속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유족으로부터 “적극적으로 해명하라”는 권유를 받고 다시 한 번 입장을 내기에 이르렀다.
장성규는 장문의 해명 글을 통해 오요안나가 상담을 요청했던 당시를 설명하며 “고인을 예뻐하고 고인과 친하다고 생각했던 김가영 캐스터에게 고인을 함께 돕자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김가영 캐스터는 내부적으로 업무상의 사정이 있어서 쉽지 않다고 했다. 그제야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감지했고, 이후 그들 사이에서 어떤 말도 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너무나 후회가 된다”면서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된 것과 같은 대화는 한 적 없다.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주변에 연락을 최소화해서 치렀다고 최근에 들었고, 당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채 작년 말 뉴스로 소식을 접했다”고 전했다.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사실상 방송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김가영에 대해서도 유족은 우려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유족 측 변호인은 한 방송에 출연해 “오요안나 동료들 중엔 주된 가해자가 있고, 단순 동조를 하거나 방관을 한 사람도 있지만, 유가족이 기상팀 모두에게 상처를 주겠다는 마음은 아니”라며 “유족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현재 단 한 명이다. 직접 가해자가 아닌 동료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진실을 함께 밝히길 희망한다. 마음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가영에 대해 “현재까지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김가영은)직접 가해자가 아니다. 유족들은 방관자에 불과한 사람이 주된 가해자로 오해받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나친 마녀사냥은 물론, 이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본질을 흐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사건이 알려졌을 당시 고인의 피해 사실에 대한 진상 규명이나 유감 표시보다 ‘선동’ ‘MBC 흔들기’ 등으로 먼저 규정 지은 MBC의 초기 대응과 입장문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다만 MBC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망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만큼, 정치권 역시 한 사람의 죽음을 도구화하려는 논리보단 사건의 본질에 집중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을 우선시 해야 할 것이다.
오요안나 측 역시 이와 관련해 “사건의 본질인 직장 내 괴롭힘과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달라. 유족은 오요안나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져 본질이 흐려지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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