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침묵’하고, 무경쟁 게임 ‘피크민’ 찾는 청춘들 [無자극이 뜬다③]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1.06 11:38  수정 2025.01.06 11:38

침묵 콘셉트 카페·술집 향하는 마니아들

경쟁 없는 게임 피크민 블룸 인기

‘카페’는 ‘커피, 차 등을 마시는 장소, 시설’을 의미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카페는 ‘만남의 장소’다. 커피, 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찾기도 하지만,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카페를 활용하는 이들도 다수다. 대다수의 카페는 주문하는 소리, 나온 음료를 전달하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늘 떠들썩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용히 음료를 즐기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이색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 지친 이들이 ‘조용한’ 공간에서 ‘무해한’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찾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피크민 블룸ⓒ나이언틱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카페는 카페 규칙이 곧 ‘침묵’이다. 대화는 금지, 음악은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으로만 채워진 이 공간에서는 손님들이 오롯이 커피의 맛을 즐기거나 혹은 책을 읽으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침묵 카페의 대표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조용히 책 읽는 걸 가장 좋아한다. 커피가 맛있고 음악까지 좋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옆자리 손님에 따라 그날의 카페는 천국이 되기도 지옥이 되기도 한다”면서 이 같은 이유로 오래전부터 ‘침묵카페’를 꿈궜다고 말했다.


“이곳에 오면 반드시 조용히 쉴 수 있다”는 모토로 한 이 카페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작업을 하거나 혹은 다이어리 정리,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이 대표는 “음악만 들으시거나, 이용시간 내내 휴대폰만 보고 가시는 분도 있다. 남에게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고 가신다”고 말했다.


카페는 물론 조용히 혼술을 하며 술을 즐길 수 있는 침묵 술집, 외딴곳에 멀리 떨어져서 캠핑을 즐기는 스텔스캠핑 등 조용히, 나 홀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제주도 귀덕골방 서울 인현골방을 비롯해 전국 총 15개 지점의 혼술 뮤직바를 운영 중인 한 대표는 “신청곡을 듣는 뮤직바는 오래전 음악다방부터 시작된 오랜 문화”라면서 “지금 시대에 발을 맞춘 LP 바라고도 할 수 있는데, 퇴근 후 힘들었던 하루를 마감하거나,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다양한 연령층이 찾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침묵, 대화를 하지 않는 콘셉트가 자리를 잡았다”고 고객들이 먼저 ‘침묵’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집이 아닌, 밖에서 혼술을 하는 이유에 대해선 “타인들과 섞여서 그들과 음악을 같이 들으면서 새로운 음악을 알아갈 수 있다. 의도적인 단절을 경험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나, 타인에 대한 공감을 더 깊이 할 수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방명록’을 통해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위안을 받고, 또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며 힐링하는 손님들을 보며 깨달은 것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게임 분야에서도 자극을 최대한 걷어내려는 흐름이 포착된다. 플레이어가 휴대폰을 들고 걸으면 화면에서 식물 모종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모종을 화분에 심고 걸음 수를 채우면 캐릭터가 생성되는 피크민 블이 MZ세대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시간을 들여 식물을 키우는, 다소 잔잔하지만 꽤 공을 들여야 하는 이 게임은 경쟁 없는 ‘무자극’, ‘힐링 게임’으로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가 최근 두 달 동안 130만명 이상 증가했다고 알려졌다.


‘도파민’을 추구하던 MZ세대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아보하’ 트렌드가 대세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인데,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삶의 태도를 뜻한다. 치열한 경쟁과 과도한 자극에 지친 이들이 무해한 하루를 꿈꾸는 것으로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