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이어 개인도 순매도 전환...코스피서 6000억 팔아치워
정치적 혼란에 추가 변동성 확대·국가 신용등급 영향 우려
증권가 “약세 흐름 지속...매일 CDS 프리미엄 등 점검 필요”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주식시장을 둘러싼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이어 개인마저 국내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면서 수급 공백 우려가 커진 가운데 당분간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발된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연중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2400선 아래로 내려와 오후 들어 2365.30까지 밀리며 52주 최저가 기록을 재차 갈아치운 뒤 2370대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 역시 하락 폭을 키우면서 오후 한때 631.20까지 내려와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후 630대에서 등락 중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영향이다. 국회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투표에 부쳤으나 여당이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며 투표가 불성립 처리됐다.
첫 탄핵의 고비는 가까스로 넘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가결 때까지 주말마다 탄핵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으로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탄핵 정국 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의 자금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현재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6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던지며 투매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사흘 내내 순매도였던 외국인들은 오전만 해도 소폭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오후 들어 다시 180억원대 규모의 매도에 나서고 있다.
이미 계엄 사태 이후 3거래일간(4~6일)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1조2435억원, 개인은 2623억원을 기록했다. 개인은 코스피에서 4~5일 순매수에 나섰지만 6일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금액인 신용거래융자도 지난 5일 기준 16조3136억원으로 지난달 28일(16조5893억원) 이후 꾸준히 감소세다.
증권사들은 정치 공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만큼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투자심리 위축과 관망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탄핵 불발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고 오는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공개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어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대비 코스피가 디커플링(탈동조화)된 가장 큰 이유는 정책과 기업 이익 모멘텀(상승 여력) 부재인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FOMC 이후 미국 시중 금리 상승 우려와 미국 수입물가 상승 가능성, 관세 시행 우려,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 등으로 코스피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충격 강도와 자산별 영향에 다소 차이 존재하지만 연말까지 변동성 장세 반복이 불가피하다”면서 “코스피를 비롯한 주식과 채권, 외환은 정치 리스크가 잔존하는 한 추세적 반등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투자자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할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후폭풍이 길어지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지수 낙폭은 제한됐지만 외국인이 순매도 기조를 이어간다면 시장 흔들림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에게 큰 관심사인 한국 신용등급에 대한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움직임은 아직 없지만 매일 변화를 알 수 있는 국가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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