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막바지… 합병 가능성 ↑
티웨이는 유럽,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노선 확장
통합 LCC 기업결합 과정서 '중복 노선' 뱉어낼 듯
LCC 본진 지킨다… '중단거리' 집중한 경쟁력 강화
ⓒ제주항공
LCC(저비용 항공사) 업계 1위를 수성해온 제주항공에 위기감이 내려앉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LCC업계의 시장 재편이 가까워지고 있어서다. 합병 이후 양사의 자회사인 3개의 LCC가 통합되면 제주항공을 단숨에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과정에서 경쟁사인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가 각각 유럽 및 미국 노선을 이관받은 만큼 제주항공의 도생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존 20일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신주인수계약 거래종결일(납입일)을 오는 11일로 앞당겨 진행한다. 잔금 납입이 마무리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된다.
양 사 합병 과정이 마무리되면 향후 산하 LCC 역시 통합하는 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3곳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9일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따낸 뒤 향후 통합 방안과 관련해 "LCC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단 규모 확대와 원가경쟁력 확보가 필수인 만큼 3사의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 LCC 출범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가장 위기감이 커진 건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그간 맏형으로서 가장 많은 기단을 보유하고, 일본 등 주요 노선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왔다.
통합 LCC 출범시 매출규모, 기단규모 등에서 비교했을 때 제주항공을 단숨에 뛰어넘을 예정이다. 통합 LCC의 기단 규모는 올해 기준 진에어 31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 등 총 58대로, 제주항공(42대)을 압도한다. 매출 규모 역시 올 3분기 기준 통합 LCC가 2조4785억원, 제주항공이 1조7240억원으로 차이가 크다.
통합 LCC 뿐 아니라 기존 경쟁사들과의 경쟁도 심화될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 과정에서 최대 경쟁자였던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4개를 이관받았고,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 5개을 넘겨 받았다.
특히 이들이 이관받은 유럽(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미주(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노선은 취항하기 어렵고, 탑승객이 많은 알짜노선으로 꼽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정에서 수혜를 받지 못한 제주항공으로선도생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간 LCC의 본진인 중단거리 노선에서 기단과 노선, 운항 횟수를 늘려 경쟁해온 만큼 중단거리 노선을 도전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서는 놓쳤지만, 앞으로의 기회도 남아있다. 통합 LCC 기업 결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복노선'의 독점 우려다. 앞서 대한항공이 유럽, 미주 등을 타 항공사에 이관한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LCC의 경우 작은 기체를 운용해 대부분 항공사가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해온 만큼, 중복노선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단 평가가 나온다. 중단거리 시장에서 1위를 점유해온 제주항공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
통합 LCC에 대응하기 위해선 몸집을 키우는 것이 관건인 만큼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인수에 실패했던 이스타항공이 2년 사이 정상화를 이룬 만큼, 이스타항공 인수를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신사업으로 꼽은 화물사업 역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화물사업을 새로운 수익모델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힌바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 화물기를 추가 도입해 현재 2대를 운항 중이다. 전자상거래 수요가 높아지며 화물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주요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절차마저 시작되지 않은 만큼, LCC 통합이 단시간 내 추진되지는 않을 예정이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4년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된 만큼 통합 LCC의 출범 시기 역시 예상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LCC의 본질은 중단거리 노선에서 합리적 가격을 제공하는 건데, 최근 중장거리 노선 등 사업 다각화가 활발해졌다. 그동안 LCC사업자 1위였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먹고 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LCC를 추진하기로 한 것 이외에는 통합하기 위한 절차나, 향후 계획 등 아직 제대로 수립된 것이 없는 상태다. 통합 LCC출범 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시장 재편을 위한 각사의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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