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주연·4일 개봉
국내 스포츠 영화는 극장가에서 흥행의 벽을 넘기가 힘들다. 승리의 쾌감, 속도감, 그리고 인물 성장이라는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 요소들이 이제는 신선함보다는 클리셰로 받아들여지면서 화제성과 별개로 영화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스포츠 영화의 성공 사례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8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401만 명), 2009년 '국가대표'(839만 명) 등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스포츠 영화의 고전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69만 명), 이병헌 감독의 '드림'(112만 명), '보스턴 1947'(102만 명)에 이어 지난 10월 개봉한 김창주 감독의 '아마존 활명수'(60만 명)까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채 퇴장했다. 이 작품들 공통점은 스포츠보다는 드라마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 있었다.
이 같은 상황 속 신연식 감독의 '1승'이 국내 최초 배구 소재를 내세워 스포츠 영화의 부진 공식을 깨기 위해 출격한다.
'1승'의 최약체 팀이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나아가는 성장 서사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다만 그 안에서 디테일과 새로운 시각적 접근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배구 경기를 다루며 이를 생동감 있게 구현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였다.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핑크스톰과 파이브스타즈의 랠리 장면은 실제 경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물론 관객을 코트 한 가운데로 끌어들이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이 장면은 배우들의 수개월간의 트레이닝과 치밀한 사전 준비가 빛을 발했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 스포츠 영화의 경기 장면이 단조롭고 평면적으로 느껴졌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 감독의 접근법이다.
뿐만 아니라 최용진 촬영감독은 배구 경기의 입체적 생동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했다. VR 기술을 이용해 7대의 카메라를 설치, 배우들의 움직임을 다각도로 포착하며, 스카이 워커(사축 와이어캠)를 통해 경기장의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누볐다. 오프닝 장면에서는 초고속 카메라 팬텀을 활용해 시공간의 범위를 극대화했다. 이런 기술들은 관객에게 마치 경기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한 공을 들인 신 감독의 의도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배구의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김연경, 한유미, 김세진 등 국내 대표 배구 선수들이 영화에 참여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스포츠 영화의 진화: 클리셰를 넘어 감동으로
'1승'의 주연 송강호는 "스포츠 영화가 힘을 크게 써오지 못했으나, 배구라는 새로운 소재의 스포츠니 관심을 많이 가져주실 것 같다. 물론 제 바람이다. 결과는 잘 모르겠지만 개봉 전 진행한 유료 시사회서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스포츠 영화의 부진'이라는 타이틀 외에도 현재 한국영화의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9월 개봉한 '베테랑2'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 흥행의 어려움 속에서도 '1승'이 배구라는 스포츠의 생동감을 스크린 위에 펼쳐 놓으며, 국내 영화계에도 귀중한 '1승'을 올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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