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최종 가이드라인 발표 앞두고 의견 청취
단기 이윤 추구엔 비판…장기 전략 마련 주문
업계 전략 변경 움직임…당국 요청 부응 채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발표를 한 달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를 만나 중장기 전략 마련을 주문했다. 향후 행동주의 펀드가 정책 파트너로 역할을 부여 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취임 2년 만에 처음으로 행동주의 펀드 대표들을 만나 직접 의견을 청취했다. 행동주의에 대한 균형감 있는 시각을 견지하고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 형성을 논의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재한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책임감과 투명성, 전문성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주 활동으로 기업과 자본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원장은 행동주의 펀드가 ‘장기 성장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 중인 점을 고려할 때 정책적 효과 증대를 염두해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단 무리한 주주환원 요구는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화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밸류업 정책에 저해가 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경고다. 이 원장은 과도한 주주환원 요구가 되레 자본시장 발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주주행동주의 기관은 장기 성장전략을 기업과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해 주길 당부한다”며 “단기수익만을 추구하는 무리한 요구는 기업의 장기 성장동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올 주총에서 주주제안 가결율이 낮은 점을 들어 시장 공감대가 없으면 행동주의가 공허한 캠페인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제시된 주주제안 93건 중 가결안은 28건으로, 가결율은 30%에 머물렀다. 가결안은 이사선임 안건 등이 26건이고 주주환원은 단 2건에 불과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트러스톤·KCGI·안다·얼라인파트너스·차파트너스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행동주의 펀드의 최고경영자(CEO) 등이 대거 자리했다. 참석자들은 비판을 뼈져리게 받아들이면서도 당국이 처음으로 업계 의견을 직접 청취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이사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큰 의미가 있다”며 “하나의 아젠다(의제)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간 행동주의 펀드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업계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의견 반영이 이뤄지지 않고 소통 창구가 없었다는 아쉬움을 표해왔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기 위해 구성된 ‘밸류업 자문단’에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가 포함되지 못하며 역할을 부여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업계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밸류업 정책에서 행동주의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일본의 행동주의 캠페인은 일본거래소그룹(JPX)의 밸류업 정책이 시작되며 확산했는데 관련 기업들의 주가 부양 효과가 관측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개에 불과했던 일본 증시의 행동주의 펀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69개로 크게 늘어났고 지난해 일본 내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들의 시총은 25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2배나 증가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당국의 역할론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2024년 정기주총 시즌 리뷰 보고서’에서 당국의 요구처럼 행동주의 펀드들의 투자전략이 긴 호흡의 중장기 투자전략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전엔 주주제안 대부분이 배당 확대와 같은 단기적·일회성 요구에 머물렀다면 올해는 이사회 진입 등 경영참여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당국의 비판을 수용해 중장기적 관점으로 전략을 옮겨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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