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기업대출 지난해 53조↑…연체율 '부메랑'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02.15 11:08  수정 2024.02.15 11:09

"가계 대출 못 늘려" 새 격전지 부상

'국민' 잔액 1위… '하나' 증가율 1위

서울 시내에 시중은행들의 자동화기기가 늘어서 있다. ⓒ각 사

4대 은행의 기업대출이 지난해에만 50조원 넘게 불어나며 64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자 은행들이 기업금융으로 눈을 돌린 영향이다.


올해도 은행들은 기업 대출 성장세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나치게 외형 성장에 목을 매다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40조4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9.0%(52조974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 가계대출이 같은 기간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소매금융 강자인 국민은행이 기업대출 규모도 가장 컸다. 은행별 기업대출 잔액은 ▲국민 175조1573억원 ▲하나 162조460억원 ▲신한 160조6834억원 ▲우리 142조5460억원 순이었다.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성장 곡선은 하나은행이 가장 가팔랐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2022년 말 144조8280억원에서 지난해 말 162조460억원으로 11.9% 늘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양쪽 부문을 크게 늘리면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병규 신임 행장 취임 이후 '기업대출 명가 재건'을 선언한 우리은행도 10.3% 성장하며 2위를 차지했다. 국민은행(7.7%)과 신한은행(6.6%)은 한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들 은행들은 기업대출 영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 마진 축소가 불가피해, 기업 부문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출을 내준 기업고객과의 외환, 신용카드 등의 부수거래를 통한 비이자이익 증가 효과까지도 볼 수 있다.


박종무 하나금융 재무총괄부사장(CFO)는 최근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산부분은 우량 기업 대출 위주의 성장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수수료 부문에서는 자산관리 부문 역량 강화와 기반 확대로 영업이익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대출 자산이 은행 건전성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업대출 점유율을 키울려면, 주채권 은행이 정해진 대기업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대출 부실 리스크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년간 모두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연체율이 2022년 0.23%에서 지난해 0.29%까지 치솟았다. 하나은행은 대기업(25조8400억원)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132조8930억원)을 잔뜩 끌어오며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10.4%)을 기록했다. 향후 기업 연체율 관리 및 리스크 관리가 불가피하다.


대기업 대출 성장률(24조9980억원·36.8%)이 가장 높은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23%에서 0.24%로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0.23%에서 0.27%, 국민은행은 0.12%에서 0.19%로 올랐다.


한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7조3139억원으로 1년 새 63조6393억원 증가했다. 종류별로는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은 한 해 동안 32조6718억원, 대기업대출은 30조9675억원이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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