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2기 경제팀 개각 단행
추경호 후임에 최상목 경제수석 발탁
기재부 차관 출신 정통 경제관료
예산·내수·물가 등 풀어낼 현안 산적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모습. ⓒ
윤석열 대통령이 2기 경제팀 사령탑으로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내정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을 거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최 전 수석이 쌓여 있는 경제 현안을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오후 최상목 전 경제수석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최 부총리 후보자는 진작부터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후임으로 이름을 올려왔다. 행정고시 29회 출신인 그는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제1차관 등 요직을 거쳤다.
정통 경제관료로 평가되는 최 후보자는 기재부 내부 사정을 잘 알고 경제수석 경험까지 더하면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번 정부 제2기 경제팀을 이끌면서 녹록지 않은 현 경제 상황을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 후보자가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된 과제는 내년도 예산 문제다. 법정 시한을 넘긴 4일 현재까지도 국회 심의가 한창인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 아래 사실상 긴축 형태로 편성했다.
문제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연구개발(R&D)이나 지역 화폐, 교육 관련 등 상당수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긴축재정을 1순위에 두고 정책을 마련해 온 기재부로서는 재원 조달에 난감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올해 세수 결손이 최대 60조원에 이를 만큼 경제 사정도 나쁘다. 국채 발행 말고는 예산으로 쓸 돈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찮다.
예산안 처리와 함께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도 준비해야 한다. 기재부는 보통 12월 중·하순께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해 왔다.
올해 한국경제가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 경기 침체 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묘수가 절실하다. 기재부로서는 해가 바뀌고, 수장도 교체했으니 ‘새 술’에 걸맞은 ‘새 부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 핵심은 결국 경기 침체 국면을 어떻게 타개하느냐다. 경기 침체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지면 국가 재정 또한 심각한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이미 올해만 해도 10월 기준 세수 결손이 50조원을 웃돈 상태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기업 이익이 줄고, 이로 인해 법인세가 지난해보다 23조원이 줄었다.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어 전년 대비 14조원 이상 세금을 거두지 못했다.
내년부터는 법인세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경기가 좋은 상황이라면 기업이 법인세 감면액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대하겠으나, 적어도 지금 상황으로선 현실과 동떨어진 바람이다.
세수가 줄면 정부 재정 적자도 커진다. 올해 9월까지 관리재정수지(국가 재정에서 사회보장기금을 뺀 액수)는 70조원가량 적자다. 연말에는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기재부는 내년도 관리재정수지가 마이너스(-) 92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재정준칙 마련이다. 전임 정부 시절부터 추진해 온 재정준칙은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국가는 곧바로 재정 건전화 정책을 펼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미래 세대 부담을 줄이고, 국가 신용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의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한국과 터키만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가 제안한 재정준칙운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로 제한했다. 통합재정수지는 -3%를 기준으로 했다. 다만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더라도 재정적자 비율을 낮춘다면 준칙을 준수한 것으로 판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다. 최 후보자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 가운데 하나다. 이번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물가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왔다. 덕분에 전년동월대비 6%대를 웃돌던 물가가 한때 2.5%까지 떨어뜨렸다.
문제는 최근 경기부양책 등을 본격 시행하면서 물가가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는 점이다. 7월에 전년대비 2.3% 상승했던 물가는 8월 3.4%, 9월 3.7%에 이어 10월에 3.8%까지 올랐다.
특히 식음료 등 서민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3분기에 가구당 처분가능소득이 3.1% 늘어난 반면 가공식품 물가는 6.3% 증가했다. 외식물가도 5.4% 늘었다.
아이스크림(13.0%)을 비롯해 커피(12.5%), 생수(10.0%), 라면(9.4%), 우유(9.4%) 등은 10%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외식물가 중에서도 피자(11.8%), 햄버거(9.1%), 구내식당 식비(7.7%), 김밥(7.4%) 등 서민 음식이 크게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 수석(후보자)이 (기재부)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점, 일 처리가 꼼꼼한 스타일이라는 점 등 내부에서도 정책적인 측면에는 기대가 적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다만 부총리 개인이 경제를 좌우할 수는 없는 만큼 갑자기 정책을 큰 틀에서 바꾸거나 그러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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