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ELS 발행·증권채 위축 장기화 우려...자금난 ‘허덕’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3.11.30 16:25  수정 2023.11.30 18:20

홍콩H지수 연계상품 대규모 손실 위기에 투심 악화 지속

대형사 증권채 발행도 투자자 외면...조달 금리 고공행진

증권사 펀드 상담 창구 전경.(자료사진)ⓒ연합뉴스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통로가 좁아지면서 자금 압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ELS 발행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채에 대한 투자심리도 악화돼 자금 조달 다각화를 둘러싼 증권업계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 날까지 11월 ELS 발행액은 2조6453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 발행액은 올해 1월 1조6576억원에서 2월 2조3928억원으로 증가한 뒤 4월 3조6778억원까지 치솟았지만 5월부터 다시 2조원대 규모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지난달 2조9204억원으로 3조원대를 목전에 두면서 회복세를 보였으나 이달 2조6000억원대로 재차 감소했다.


ELS 발행액은 지난 2021년 4월 8조177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홍콩H지수 등 기초지수의 급락으로 관련 ELS들이 조기 상환에 실패하면서 점차 발행 규모가 축소됐다. 올 상반기 들어 ELS 발행량이 늘어난 것은 글로벌 증시가 개선돼 조기상환이 용이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ELS는 증권사들의 쏠쏠한 수익원 중 하나다. 증권사는 ELS를 판매하며 얻는 수수료 수익과 함께 주가 상승으로 만기 전에 조기상환에 성공하면 매매이익까지 거두게 된다. ELS 조기상환은 재발행으로 연결돼 증권사의 ELS 수익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하지만 하반기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고 홍콩H지수가 중국 경제 둔화와 미·중 분쟁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와 연계한 ELS 상품의 손실 우려가 확대된 것이다. 현재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당수가 손실을 볼 수 있는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서는 등 사태의 여파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관련 상품의 대규모 원금 손실 위험과 함께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 이슈가 떠오르면서 ELS 발행 위축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도 결국은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기초자산의 흐름에 따라서 그 운명이 결정된다”면서 “내년 1·2월에는 홍콩H 지수가 8000선을 상회해야 만기 손실을 피할 수 있어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 소재 한 증권사 객장에서 한 남성이 대형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다.(자료사진)ⓒ베이징=AP/뉴시스

이와 함께 증권업계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상 증권업은 회사채 시장에서 선호 받는 업종은 아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이 증권채의 투자 부담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0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500억원의 회사채 모집에 23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다만 앞서 발행한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확보한 7000억원대의 자금 규모와 비교하면 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의 3년 만기 기준 발행금리도 5.175%로 NH투자증권(4.653%), 미래에셋증권(4.675%)보다 높게 결정됐다. 시장에선 국내 대형 증권사의 증권채 조달금리가 5%를 돌파한 것은 이례적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도 상황이 나쁘지만 중소형사들은 비우량채 기피와 신용도 하향 조정 가능성 위기가 동시에 닥쳐 업계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내년 연초 효과를 기대하면서 회사채 발행 계획을 미룬 증권사들이 많은데 시장 침체 장기화를 대비해 자금 조달 통로를 선제적으로 다각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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