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시간에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콘텐츠 소비
드라마부터 영화 예능 뉴스 등 요약 영상 장르도 다양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유통을 목적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총 3376편의 영화가 등급 분류를 받았고, 총 1만 3559편, 95만 530분의 비디오물이 등급 분류를 받았다.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등급 분류를 받은 영화가 1002편, 비디오물이 4478편이다. 10년 사이 무려 3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콘텐츠 공급과잉 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키워드 '요약'으로 검색한 유튜브 콘텐츠들 ⓒ유튜브
이런 시대에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건 ‘요약 영상’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콘텐츠를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넷플릭스에서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스크걸’의 경우, 7부작을 모두 보기 위해선 410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유튜브 요약 영상을 통해서는 단 8분이면 충분하다.
30대 직장인 김모(36)씨는 “영상으로 드라마를 보면 짧은 시간임에도 한편을 모두 감상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꼭 보고 싶은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모두 요약본으로 내용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2)씨 역시 “평소 TV를 통해 예능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데 유튜브 요약 영상은 자주 본다. 짧은 시간에 재미있는 장면만 임팩트있게 보여줘서 오히려 더 재미가 배가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일본 마케팅·리서치 회사 크로스 마케팅이 2021년 3월 발표한 ‘영상의 배속 재생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남녀 전체에서 34.4%가 ‘배속 재생’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배속 재생이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를 향유한다는 점에서 요약 영상의 확산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콘텐츠 요약본은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해 예능, 뉴스, 애니메이션, 도서, 강연 심지어 연예인의 SNS 라이브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른다.
현재 유튜브에선 ‘1시간 몰아보기’ ‘30분만에 정주행하기’ ‘10분 정리’ 등의 이름으로 셀 수도 없이 많은 콘텐츠 요약 영상이 게재되고 있다. 단순히 영상을 짧게 정리하는 것을 넘어 일부 유튜버들을 줄거리를 설명하는 내레이션이나 자막을 삽입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재미를 높이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MBCNEWS 채널 '뉴스.ZIP' ⓒ유튜브
콘텐츠 요약 영상은 본편 못지않은, 오히려 그보다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지금 우리 학교는’의 요약 영상은 무려 1020만뷰를 넘어섰고, ‘모범택시1’ 요약 영상은 게시된 지 6개월 만에 440만뷰를 넘겼다. 대부분의 요약 영상은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인기 드라마의 경우 1000만 조회수도 우습게 달성한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시즌제 콘텐츠의 인기가 높다.
드라마와 영화가 스토리와 서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요약되는 식이라면, 호흡이 짧은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는 등장하는 인물의 활약상 모음집이나 클립 형태로 재미있는 부분만 오려 보여주는 영상이 인기다. 대표적으로 SBS의 장수 예능 ‘런닝맨’은 미션을 수행하면서 멤버들 간에 거짓말과 모략에서 오는 재미를 살려 ‘거짓말 모음집’을 공개했는데, 이 영상은 무려 14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 요약본의 경우는 다른 장르와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 보통 요약 영상이 콘텐츠의 길이를 잘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뉴스는 오히려 한 사안에 대해 수일의 뉴스를 모아 하나의 콘텐츠로 제작하는 식이다. 시의성에 따라 파편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밖에 없는 뉴스의 특성을 유튜브 요약 영상을 통해 하나의 서사를 가지도록 편집하는 셈이다. MBCNEWS 채널의 시리즈 ‘뉴스.zip’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를 흡수하려는 시청자들이 늘면서 방송사들도 적극적으로 요약 영상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보통 유명 채널에 저작권과 제작 비용을 지급하면서 영상 제작을 의뢰하는 식이고, 일부 방송사는 직접 요약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에는 본방송이 송출된 직후, 혹은 그 이전부터 짧은 요약 영상을 미리 제작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높은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에 영상을 의뢰하는 식으로 진행이 됐다. 그런데 이젠 유명 채널들은 최소 한 달 전에는 의뢰해야 할 만큼 경쟁률이 치열하다. 그만큼 많은 드라마와 예능 등의 콘텐츠 제작자들이 이 방법을 쓰고 있다”면서 “때문에 방송사들이 직접 영상을 만들고 자사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리게 됐다.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 이미 요약 영상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이상, 이 같은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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