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15개 단지, 변창흠 LH 전 사장 때 착공
LH 무량판구조 2017년부터 적용…전 정권 부실시공, 현 정권이 수습?
“부실시공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속…정치적으로 풀 문제 아냐”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를 두고 정권 간의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건설업계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치적인 프레임 씌우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철근이 누락된 15개 단지 모두 전 정권에서 사업계획 승인 및 착공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2017년부터 지하주차장에 무량판구조를 적용한 단지를 발주하기 시작했다. LH가 발주한 아파트 중 무량판구조가 적용된 단지는 총 91개이며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현재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 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시공, 부실 감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철근 누락 문제가 전 정권에서 발생한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15개 단지 중 2개 단지는 2016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임기를 채운 박상우 전 LH 사장 시절 사업승인이 났으며 13개 단지는 이후 자리를 지킨 변창흠 LH 전 사장 시절 사업승인이 났다. 착공은 모두 변 전 LH 사장 시절 이뤄졌다.
시간 순으로 보면 전 정권과 전 LH 사장 시절 발주부터 착공까지 이뤄졌던 문제의 사업장에 대해 현 정권과 이한준 LH 사장이 뒷수습을 하는 모양새다. 국토부와 LH는 지난달 31일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공식적인 사과와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여당에서도 국정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2일 오전 국회에서 ‘무량판공법 부실시공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상규명 TF를 발족해 부실시공에 대한 전모를 파헤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부실 규모와 도덕적 해이 정도를 볼 때 이번 사태는 LH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주택 건설 정책의 구조적 측면을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라며 “필요하다면 지난 정부와 국토부는 물론 대통령실(청와대) 정책 결정자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정치적으로 풀어나갈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무량판 구조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건설업계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잘못된 관행들이 철근 누락 등 부실공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얘기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는 “부실공사가 무량판 구조 공사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며 “특히 설계와 시공, 감리 단계에서의 부실 문제는 최근에만 나타난 것이 아닌 40~50년 전부터 발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철근이 누락된 단지들이 2017년 이후 발주돼 착공됐다 하더라도 전 정권에서의 문제만으로 보기가 어렵다”며 “이는 건설업계 전반에서 개선돼야 할 문제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전 정부는 주거복지 및 공공임대 아파트 확대를 기조로 하면서 공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공간 확대 및 경제성 측면에서 무량판구조가 선호됐을 수 있다”며 “무량판구조 자체도 2017년 이후부터 유행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철근 누락 문제를 전 정권의 문제라고 명확히 규정하기는 힘들다고 본다”며 “모든 현장에 동일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요인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 설계부터 시공, 감리 등 과정에서의 문제도 들여다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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