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최전선' 2금융권 여신 관리 '적신호' [회색코뿔소가 온다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3.06.03 06:00  수정 2023.06.03 06:00

기준금리 인상에 직격탄

“부동산 금융 관리 시급”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오히려 위험을 간과할 수 있다는 비유의 회색코뿔소.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소개한 이 개념은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금융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단어로 대두되고 있다. 수년 전 잠깐의 제로금리 시대 동안 급격히 덩치를 키운 천문학적 빚은 최근 높아진 이자율을 맞닥뜨리자 그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끝내 균열이 일기 시작한 빚 연체의 현주소와 그 속에 담긴 저마다의 속사정을 톺아본다. <편집자주>


리스크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저축은행의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최근 1년 동안에만 1조5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과 함께 제2금융권의 핵심 영역으로 꼽히는 캐피탈사 대출에서도 제 때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금액이 6000억원 넘게 늘어나면서 2조원에 다다른 실정이다.


특히 최근 금융권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이들이 최전선에 서 있음을 감안하면 앞으로 다가올 부실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액은 총 3조919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5.4%(1조3974억원) 급증했다.


연체액이 가장 많은 상위 10대 저축은행을 살펴보면 OK저축은행이 5957억원으로 최대였다. 이어 ▲SBI저축은행 2822억원 ▲페퍼저축은행 2226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1971억원 ▲웰컴저축은행 1868억원 ▲애큐온저축은행 1596억원 ▲OSB저축은행 1235억원 ▲상상인저축은행 1175억원 ▲JT친애저축은행 1007억원 ▲모아저축은행 929억원 순이었다.


이처럼 연체가 늘면서 연체율도 3.41%로 0.90%포인트(p) 급등했다. 올해 1분기 연체율은 전년(3.4%)보다 1.7%p 상승한 5.1%로 2016년 (5.8%)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캐피탈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국내 51개 캐피탈사의 연체액은 총 1조9658억원으로 1년 새 50.7%(6617억원)나 늘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캐피탈이 3500억원으로 연체액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KB캐피탈 2617억원 ▲OK캐피탈 1358억원 ▲롯데캐피탈 1289억원 ▲메리츠캐피탈 1139억원 등 순이었다.


저축은행 부동산PF대출 및 캐피탈사 브릿지론 추이.ⓒ한국금융연구원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의 연체율이 급격히 증가한 배경에는 지난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끝내 문을 닫는 건설사들이 줄줄이 늘어나 2금융권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PF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399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6.0%(1848억원) 늘었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캐피탈업계의 경우 그간 부동산 PF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를 받아 왔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캐피탈사도 부동산 PF 대출이 여신성 자산의 30%를 넘기면 안 된다는 제한이 있지만,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자기자본 20% 룰이나 100억원 대출 제한 등의 규제는 받지 않는다.


금융권은 부동산PF 사업 정상화를 위해 지난 4월 대주단 협의체를 가동하고 급한 불 끄기에 나선 상태다. 저축은행업권도 PF자율 협약을 맺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이다. 따라서 업계는 1분기 PF 연체율이 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기 전 발생한 연체인 만큼, 향후 협약이 진행된다면 연체율이 급증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비은행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 증가분이 대부분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대형 금융사가 주도하고 있어 당장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중소형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고금리 상황과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고 리스크 수준이 높은 PF 물건에 대출 및 투자를 집행한 중소형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부실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은행 부동산 PF 금융, 나아가 부동산금융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위한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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