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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융권도 예외 없다…은행서 밀린 빚만 5.5조 [회색코뿔소가 온다②]


입력 2023.05.31 06:00 수정 2023.05.31 06:00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銀 연체액 1년 새 23% 증가

코로나 지원 종료 '시한폭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오히려 위험을 간과할 수 있다는 비유의 회색코뿔소.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소개한 이 개념은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금융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단어로 대두되고 있다. 수년 전 잠깐의 제로금리 시대 동안 급격히 덩치를 키운 천문학적 빚은 최근 높아진 이자율을 맞닥뜨리자 그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끝내 균열이 일기 시작한 빚 연체의 현주소와 그 속에 담긴 저마다의 속사정을 톺아본다. <편집자주>


5대 은행 간판. ⓒ각 사 5대 은행 간판. ⓒ각 사

국내 은행들이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5조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신용 상태가 좋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 제1금융권임에도 고금리 여파를 피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져 온 금융지원 정책 덕에 숨겨져 온 수십조원의 연체까지 감안하면, 진짜 위기는 아직 시작 전이라는 위기감이 감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20곳의 연체액은 5조443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3.8%(1조476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중소기업은행의 연체액이 855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3.0%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NH농협은행이 6737억원, 신한은행이 6306억원으로 각각 54.2%, 16.2% 늘었다. 우리은행 역시 34.4% 늘어난 5848억원, 하나은행도 61.2% 늘어난 5687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5522억원으로 59.8% 증가했다.


이밖에 DGB대구은행의 연체가 2151억원으로 108.7% 증가했다. BNK부산은행은 1419억원, 카카오뱅크는 1377억원으로 각각 23.9%와 137.2%씩 늘었다. 또 한국씨티은행이 1307억원으로 8.6%, 전북은행이 1163억원으로 53.1%, Sh수협은행이 1030억원으로 21.2% 증가했다.


연체액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로 215.4% 증가한 9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본격적으로 대출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도 1년 새 연체액이 619억원이나 불어났다.


연체액이 감소한 곳은 KDB산업은행(2974억원), BNK경남은행(1091억원) 한국수출입은행(231억원) 등 3곳으로 각각 56.6%, 27.4% 40.3% 감소했다.


단순 연체액뿐 아니라 전체 대출 규모를 감안해 봐도 은행권의 상황이 나빠진 건 마찬가지다. 국내 은행권의 총 대출액(2160조2110억원) 중 연체액이 차지하는 연체율은 0.25%로 같은 기간 0.04%포인트(p) 상승했다.


연체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사태가 발생한 ▲2019년 말 0.36%▲ 2020년 말 0.28% ▲2021년 0.21%로 하락하다가 지난해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은행권 중심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자 정부가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책을 꺼내든 덕분에 2021년까지 연체율도 떨어졌다.


다만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비교적 신용상태가 좋은 차주들의 상환 능력도 떨어져 은행권 연체율도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지원 정책 덕에 숨겨져 온 수십조원의 연체까지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 연체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만기연장·원금상환 유예·이자 유예조치 등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 가계대출 리스크 예측' 보고서에서 "국내은행 고정이하 가계여신이 지난해 말 1조7000억원에서 올해 말 3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권은 거시변수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고정이하여신비율 변화도 예의주시하는 한편 가계대출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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