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분석…스페인·포루투갈, 노동개혁 이후 실업률 7년간 약 10%p 감소
이탈리아는 정치적 반대로 노동개혁 좌절…팬데믹 전에도 1% 성장 못해
2012년 유럽 재정위기를 겪었던 스페인, 포르투칼이 적극적인 노동·공공 부문 구조개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이탈리아는 반쪽짜리 개혁으로 추진 동력을 얻는 데 실패해 경제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었던 이들 3개국의 2012년~2019년(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경제 및 재정지표를 분석한 결과,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적극적인 노동·공공개혁으로 경제 체질 개선에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2012년 7월 고용의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을 동시에 높이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즉 정규직과 임시직의 적절한 균형 유지를 위한 노동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포르투갈은 2012년 6월 개별 해고 사유를 인정하는 등 기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노동개혁을 단행했다. 양국 모두 해고규제 완화, 근로조건 수정 자율화 등 노동유연성을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정책을 내놨다.
반면 이탈리아는 2012년 몬티, 2015년 렌치 총리의 두 차례 개혁에서 정규직 보호에 대한 근본적 수정보다는 해고 절차 재정비와 비정규직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다른 두 국가보다는 온건한 수준의 정책이었다는 설명이다. 2015년의 법안이 이전 고용계약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고용 시스템이 이원화되는 비효율성도 발생했다.
그 결과 약 10년 뒤 노동유연성 지표, 실업률, 고용률에서 스페인, 포르투갈은 뚜렷한 성과를 나타냈으나, 이탈리아는 답보 상태로 나타났다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캐나다 프레이저 연구소에 발표한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를 보면 2011년에서 2020년 사이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0.8점 이상 상승한 반면, 이탈리아는 오히려 0.19점 하락했다.
OECD 노동경직지수를 보면 포르투갈은 2011년 노동경직지수(0점에 가까울수록 경직도 낮음)가 2011년 4.13점으로 1위를 기록했으나, 노동개혁을 통해 경직된 정규직 보호법을 효과적으로 완화함으로써 2019년 3.14를 기록, OECD 국가 중 가장 큰 폭(0.99)으로 줄었다.
실업률도 이탈리아는 10.9%(2012년)→9.9%(2019년)로 감소폭이 1%p에 그쳤으나, 같은 기간 스페인은 24.8%→14.1%, 포르투갈은 16.6%→6.7%로 양국 모두 약 10%p 줄었다.
고용률은 2012년 3국 각각 55.8%(스페인), 56.1%(이탈리아), 59.3%(포루투갈)로 비슷했으나, 2019년 이탈리아는 59.1%로 소폭 상승하고 스페인은 63.3%, 포르투갈은 69.9%를 기록했다.
공공부문 축소한 스페인·포르투갈 vs 개혁 좌절된 이탈리아
국가부채, 정부 재정적자 문제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 개혁과 긴축재정을 추진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반면 이탈리아는 정치적 반대로 10여년 간 공공개혁 정책이 가로막혔다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2010~2017년 집권한 스페인의 라호이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긴축재정 정책을 시행했다. 공공투자 14% 축소, 지방정부 재정 건전화, 공무원 임금 5% 삭감, 연금동결 및 정년 연장, 출산장려금 폐지 등 공공부문 지출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포르투갈은 2016년에 국가개혁 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국영기업 부채 상한제 적용 ▲에너지 국영기업(EDP, REN) 등 국영기업 일부 민영화 ▲우편·통신·운송 분야 민영화가 주요 골자였다.
이탈리아의 몬티 전 총리는 2012년 고강도 경제개혁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몬티 총리의 '살바 이탈리아(이탈리아 구하기)' 정책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재산세 도입 ▲연금개혁 ▲사치세 부과 ▲부가세 인상 ▲조세 행정 개선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을 통해 200억 유로(28조원) 규모의 재정 긴축을 시행하고, 100억 유로(14조원)가량을 경기 부양에 쓰겠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집권한 총리들도 모두 긴축재정, 공공 개혁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공공부문 개혁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정부지출 비율을 빠르게 감축했지만, 이탈리아는 뚜렷한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경련은 진단했다.
재정위기 이후 3국의 GDP 대비 정부지출 비율을 살펴보면 2012년 당시에는 3국이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7년간 약 7%p 가량 빠르게 감축한 데에 비해, 이탈리아는 약 2%p 감소에 그쳤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경우 3국 모두 재정위기 여파로 2014년까지 증가했으나, 스페인, 포르투갈은 이후 공공부문 개혁으로 꾸준히 감축한 반면 이탈리아는 150%를 상회하는 높은 수치를 지속적으로 기록했다.
스페인·포르투갈, 재정위기 3년 지나자 2~3% 후반대 성장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012년 노동 및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이후 만 3년이 지나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2015년부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까지 약 2~3%씩 꾸준히 성장했다.
스페인은 특히 2015년~2017년 평균 3%대의 성장을 기록해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남유럽 3개국 중 가장 빨리 경제회복에 성공했다. 포르투갈 역시 2017년 3.5% 성장하고, 2018~2019년에도 2% 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2012년 스페인, 포르투갈과 비슷한 성장률로 시작했지만, 이 기간 0~1%대의 성장에 그쳤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인플레이션, 무역적자로 인한 경기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노동개혁과 공공부문 개혁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험은 긴축재정과 구조개혁을 통해 위기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뤄낸 사례인 만큼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이탈리아의 케이스는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