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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꼼수 안 통해"…KT 윤경림호, 정권 '코드' 맞추다 되레 낭패


입력 2023.03.13 10:59 수정 2023.03.13 16:42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사외이사 후보에 계열사 대표 내정자도 돌연 사퇴

친윤 ‘코드’ 맞추다 정부 여당 불편한 심기만 재확인

1·2대 주주인 국민연금, 현대차 사실상 반대의견…주총 이후도 험로 예고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KT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KT

(장면#1)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KT 이사회는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비서관 등 대표적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당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황창규 회장 측이 두 사람을 바람막이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고, 결국 황 회장은 연임 후 임기를 끝까지 소화했다.


(장면#2) 지난 8일 정부 여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반대한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에 올랐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사장을 콕 집어 ‘사장 돌려막기’, ‘구현모 전 대표와 그 일당들’, ‘내부 이권 카르텔’ 등의 표현까지 쓰며 강도높은 비판을 한 터였다.


이에 KT는 ‘친윤(친윤석열)’ 인사로 분류되는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새 사외이사로 내세우고, 주요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내정했다. 황 전 회장 시절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실과 여권의 공세를 막기 위한 ‘코드 인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문 정부와 달랐다. 임 고문은 8일 후보에서 물러났고, 윤 부회장은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KT가 '방탄 꼼수'를 부리다 역풍을 맞고 있다. 대통령과 인연 있는 인사를 기용해 방패막이로 삼으려 했다가 "윤경림은 안된다"는 정부 여당의 암묵적 메시지만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KT에서는 정권과 통하는 사외이사나 계열사 대표가 주로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윤정식·임승태 내정자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각각 충암고 동문, 대선 후보 캠프 특보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윤정식·임승태 내정자 모두 KT 제안을 거절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에 맞서 단호하게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는 정부 여당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다. 실제 정치권에선 “윤정식·임승태 내정자의 사퇴는 차기 CEO로 내정된 윤경림 사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편한 심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용산의 반응이 정치권의 추측대로라면 윤 사장이 수장 자리에 오르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 사실 KT는 민간기업이지만 국가 기간통신망을 담당하는 회사이고, 내수를 중심으로 정부 규제를 강하게 받는 회사다. 정권 교체에 따라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래서 정권교체기의 CEO 교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남중수 사장은 이명박 정권 들어 구속되면서 KT 사장에서 물러났다. 이어 선임된 이석채 회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문 정부 들어 황창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유일한 인물이지만, 그도 외풍에 쉽지 않은 행보를 걸었다.


당장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 통과 여부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실제 KT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8일 윤 사장의 선출을 앞두고 “대표이사 선출에 대주주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KT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사실상 윤 후보자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계열사 모비스를 포함해 KT 지분 7.79%를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은 10.1%다.


주총 문턱을 넘더라도 용산의 의중을 확인한 이상, 윤 사장의 앞길이 녹록지 않다. 이미 검찰은 구 대표가 자신의 쌍둥이 형인 구준모 대표의 회사를 현대자동차그룹이 거액에 인수하도록 도와준 대가로 윤 사장에 대한 보은 인사를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KT측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그것 뿐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정식·임승태 내정자의 사퇴로 윤 사장으로는 정부 여당과의 관계 개선이 요원해졌다는 걸 확인한 셈"이라며 "윤 사장이 최종 선임되더라도 자칫 현 정부 임기 내내 CEO 리스크에 시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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