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타이밍에"…현대차·기아 중고차 시장 불황에 난감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3.03.08 06:00  수정 2023.03.08 06:00

고금리로 중고차 시장 침체…지난해 4분기 대비 가격 10% 하락

인증중고차 '오픈빨' 차질…기존 중고차 업계 타격도 부담

서울 성동구 장안평자동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데일리안

중고차 시장 불황이 반 년째 이어지면서 올 하반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로 ‘오픈빨’이 제대로 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과의 상생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졌다.


7일 국토교통부 인가 중고차 사업자 단체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3월 중고차 가격은 차종별로 전월 대비 20~30만원 수준의 낙폭을 보인 가운데, 많게는 100만원 이상 가격이 하락한 차종도 있었다.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6세대 그랜저(IG) 2.4 프리미엄 모델은 전월 대비 94만원 하락한 2057만원의 평균 시세를 보였다. 4세대 싼타페(TM) 2.0 4WD 프레스티지 모델의 평균 시세는 2734만원으로 전월 대비 36만원 하락했다.


고가의 럭셔리 대형 세단인 제네시스 G90 3.8 럭셔리 모델의 평균 시세는 4486만원으로 전월 대비 무려 340만원이나 가격이 떨어졌다.


중고차 가격 하락세는 고금리와 고물가가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부터 계속되고 있다. 할부금리 부담으로 신차 시장에서 계약 취소가 잇따르는 여파가 중고차 시장에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최근 금리가 내리면서 중고차 가격 하락 속도는 줄었지만, 할부 금융이 필요한 높은 가격대의 매물들은 여전히 고금리 부담의 영향으로 시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누적 하락폭이 약 10%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형 SUV나 준대형 세단 등 중고가 2000만원대 차량을 기준으로 반 년 사이 평균 200만원가량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이처럼 수요가 부진한 상황은 하반기 중고차 시장 진출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부담이다.


현대차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기아 역시 17일 주총에서 같은 내용의 정관 변경을 의안으로 상정한다. 인증중고차 사업을 위한 조치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인증중고차 사업 진출을 계획했다가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의 권고로 올해 5월로 진출 시기를 미뤘다.


하지만 최근 중고차 시장 침체로 본격적인 중고차 사업 개시 시점을 올 해반기로 재차 연기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중고차들을 적치할 부지 확보 및 인증 중고차 사업에 필요한 전산작업과 시스템 구축 등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아직 일정이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사업은 5년·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일반 중고차와 달리 정밀한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쳐 품질을 인증한 ‘신차급 중고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신차 영업과의 시너지도 꾀한다.


현대차·기아로서는 인증 중고차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기존 신차 판매까지 늘릴 수 있는 매력적인 모델이지만, 침체 일로를 겪는 중고차 시장이 하반기에도 회복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단 게 문제다.


사업 초기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는 이른바 ‘오픈빨’을 극대화하기에 불리한 상황이다. 특히 일반 중고차보다 가격이 높아 할부금융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증중고차는 고금리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중고차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파장도 부담이다. 현대차·기아는 사업 진출 선언 당시 낙후된 중고차 시장 정화를 이끌면서 기존 중고차 업체들과 상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해성 사무국장은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들어온다고 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게 아니고 기존 파이를 나눠먹는 식이라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에겐 타격이 없을 수 없다”면서 “시장 침체로 매매업체 마진이 크지 않은데, 판매 물량까지 줄어들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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