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기저귀 시장 조용히 쑥쑥”…생활용품업계, 인식개선·제품개발 ‘속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03.08 07:20  수정 2023.03.08 08:40

초고령화 사회 진입 코 앞…해마다 가파르게 성장

실외 활동 즐기는 시니어들 증가 긍정적 영향

우수한 제품 출시에 앞서 인식 개선이 더 중요

향후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특화 제품 출시 속도

디펜드 오늘플러스 액티브 시니어 플랫폼ⓒ유한킴벌리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가운데, 유한킴벌리 등 생활용품 기업을 중심으로 시니어층 수요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저출산 여파로 갈수록 아기용 기저귀 매출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장은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성인용 기저귀 수입량은 매년 2만톤을 넘어섰다. 성인용 기저귀는 크게 일자형, 팬티형, 테이프형으로 나뉘는데 지난해에는 팬티형 3153톤, 테이프형 7942톤, 일자형 1만1839톤이 국내에 들어왔다. 총 2만2934톤 규모다.


반면 어린이용 일회용 기저귀 생산·수입량은 2019년 7만6000톤에서 2020년 6만9000톤으로 줄었다. 2021년은 전년과 비슷한 규모로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2021년 한 해 성인용 기저귀 공급량이 어린이용보다 1.6배 많았다.


고령 사회뿐 아니라 실외 활동을 즐기는 시니어들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에 해당한다. 오는 2025년에는 20.6%로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봤다.


수입산 기저귀가 해마다 늘고 있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국내 사용량의 70% 이상으로 추정되는 요양시설(요양원, 요양병원)에서는 가격적인 이유로 인해 국산 보다 수입산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디펜드 애니데이 라이너 패드ⓒ유한킴벌리
◇ 생활용품 업계, 인식 개선 장기적 과제


국내 생활용품 업계는 관련 수요를 뺏기지 않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저출산의 여파로 갈수록 기저귀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시니어 위생용품 시장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점 때문이다. 국내 요실금 기저귀·라이너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 중이다.


업계에서는 우수한 제품 출시에 앞서, 인식 개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소비자들이 요실금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데도 요실금 팬티 등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이 부끄러워 꺼리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국내 성인용 기저귀 매출은 전체 기저귀 시장의 10%도 채 안 된다.


유한킴벌리의 경우 ‘노년층’이란 말을 쓰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기저귀 제품을 쓰는 고객층에게 늙어 보인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로 대체했다.


업계 관계자는 “콘돔 등 피임도구가 처음 국내에 왔을 때 분위기와 비슷하다”며 “해마다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직접 사서 사용하기엔 보편화되지 않았다. 노년층이 마트에서 자연스럽게 살 수 있도록 꾸준하게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요실금은 40대 이상 성인 여성의 30%, 남성은 10% 이상이 경험할 정도로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그런 만큼, 요실금 제품 매출의 성장은 시장이 커진다는 의미 외에도 사회 활력과도 관계가 깊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실금을 겪는 사람들이 요실금 언더웨어를 사용하면서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것은 처음 생리대가 여성들의 사회활동과 경제활동 참여에 큰 기폭제가 됐던 과거의 사례와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메디 프렌즈ⓒ깨끗한나라
◇ 다양하고 우수한 제품 개발에도 적극 투자


기업들은 자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위 ‘액티브 시니어’를 잡기 위해 차별화한 제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비와 여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대로 최근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개척한 곳은 유한킴벌리다. 유한킴벌리는 1990년대 초 와상 환자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첫 발을 들였다. 이후 요실금으로 생활이 위축되거나 사회·경제 활동에 제한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중년에서 액티브시니어를 아우르는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해 왔다.


유한킴벌리는 생리대가 모성보호와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도왔던 것처럼 노장년층이 요실금 언더웨어를 주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하나의 속옷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이에 맞는 제품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속옷 같은 착용감, 편안함과 더불어 겉으로 표시나지 않는 옷맵시를 제공해 등산이나 자전거타기 등 활동적인 생활에서도 요실금 걱정을 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경미한 요실금으로 간편한 사용을 원하는 남성을 위해서도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회사 관련 매출은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시니어들의 사회활동과 여가생활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요실금 언더웨어로 자리 잡았다. 현재 국내 성인용 위생팬티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깨끗한 나라 역시 ‘메디프렌즈’ 와 ‘메디프렌즈 디럭스’ 로 브랜드를 이원화해 이 시장을 공략중이다. 메디프렌즈는 요양시설 사용 특성을 고려한 특화 브랜드, 메디프렌즈 디럭스는 흡수 속도, 흡수량, 착용감 등을 강화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각각 다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고령사회 진입으로 요양시설 등에 머무는 분들이 늘면서 성인용 기저귀 사용이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성인용 기저귀는 시니어의 위생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제품군에 속하는 만큼 정부에서도 수입제품이 기대하는 품질이나 안전성 등을 확보하고 있는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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