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행원→IT 개발자' 전환 실험 확산된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3.02.13 14:49  수정 2023.02.13 14:54

금융 이해도 높은 디지털 전문가 양성

서울 시내에 늘어서 있는 시중은행들의 자동화기기 모습.ⓒ뉴시스

은행권이 내부 일반 행원을 정보기술(IT) 개발직에 전환 배치하는 실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 이해도가 높은 개발자가 필요하고, 행원들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인사란 평이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IT 교육을 진행해 직원을 개발자로 전환하는 방식이 전 은행권으로 확산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지원을 받아 IT 개발 직군에 배치했다. 지점 은행원들이 IT 개발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모집에 정원보다도 훨씬 많은 행원들이 지원하는 등 관심이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도 내부 일반 직원을 IT 개발직에 배치하는 인사를 진행해왔다. 국민은행은 일반 직원을 IT 개발 전문가로 양성하는 'DIGI campus'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2회차를 맞이했으며, 이수를 완료하면 일반 은행원들도 개발자로 직무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된다.


신한은행도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인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을 완료한 직원은 희망자에 한해 개발자로 직무 전환도 고려된다. 해당 교육은 코딩·파이썬 등 개발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하나은행도 내부 은행원을 디지털 인재로 육성해 오는 2025년까지 2500명 수준의 데이터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내걸었다. IT 개발직은 외부 채용도 진행하지만, 금융 이해도가 높은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채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일반 직원들은 카이스트(KAIST)에서 6개월 과정의 디지털 연수 프로그램을 마치면 향후 개발자로 직무 전환이 가능하다.


은행권에서는 비대면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개발자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판교와 강남에 위치한 IT 기업들로 몰리면서, 금융권으로는 쉽게 유입되지 않아 관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개발직에 필요한 역량뿐 아니라 금융 이해도가 높은 개발자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주요 금융업권 IT인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금융권 전체 인력 7만1195명 가운데 IT 인력(6809명)은 9.6%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점 내방 고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를 지불하며 영업점을 유지할 필요성도 줄어들고 있다. 이에 지점이 빠르게 축소되는 가운데 은행원들도 이른 퇴직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불안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즉 내부 직원을 개발자로 전환하는 인사는 회사와 직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영업점(출장소 제외)은 총 3369개로, 2019년 같은 시점(3885개)보다 13% 줄었다. 같은 기간 정규직원은 7만305명에서 6만5천784명으로 4521명(6.43%)나 줄었다.


또 지난해 말 이후 5대 시중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2200여명이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났다. 국민은행이 713명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은행(493명), 신한은행(388명), 우리은행(349명), 하나은행(279명)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금융권에서 필요한 개발자는 IT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이라며 "IT 개발직 교육에 보통 1년 정도가 필요한데, 은행들도 온라인화 되는 추세 속 내부 직원을 교육시켜주고, 원한다면 직무도 전환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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