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네이버 첫 데이터센터, ‘10년 무사고’ 이유 있네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3.02.12 12:00  수정 2023.02.12 12:00

9일 네이버 첫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 공개

UPS·서버 분산·모의훈련 등으로 사고 ‘철통방어’

“각 춘천의 6배 ‘각 세종’에 10년 노하우 담겠다”

각 세종 기반으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 성장

네이버 첫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 서버실. ⓒ네이버

“지하에 60만 리터 규모의 경유탱크에 유류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전력이 다 끊기면 이 기름을 사용해 72시간 동안 전체 서버를 가동할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 사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요”


네이버가 지난 9일 춘천에 위치한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외부에 공개했다. 지난 2013년 6월 가동을 시작한 각 춘천은 축구장 7개 크기인 연면적 4만6850 제곱미터, 약 10만 유닛(서버의 높이 단위규격)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다. 각이라는 명칭은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760여년간 보관해온 해인사의 장경각의 이름에서 착안했다.


네이버는 본관 지하층에 있는 ‘다이나믹 전원공급장치(UPS)’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한국전력의 전기 공급 이상으로 정전이 발생하는 경우 유류를 사용해 서버에 끊김없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설비다. 전기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서비스 장애를 막기 위해 시간을 끌어주는 셈이다. 다이나믹 UPS는 배터리가 아닌 발전기가 탑재돼 자가발전을 하기 때문에 지난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의 원인이었던 배터리로 인한 화재를 예방할 수도 있다.


다이나믹 전원공급장치(UPS)실. ⓒ네이버

다른 이유로 서버실에 불이 나더라도 서비스 전면장애는 없을 것이라고 네이버는 단언했다. 정수환 네이버클라우드 IT서비스 본부장은 “각 춘천은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상 세 개”라며 “주요 서비스를 최대한 분산화해 전면장애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버 이중화와 함께 네이버는 재해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담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약 200회 이상의 모의훈련을 진행해 직원들이 대응 방식을 체화시켜오기도 했다.


다이나믹 UPS 설명을 들은 후 1층에 있는 컨트롤 센터로 이동했다. 컨트롤 센터는 기계설비와 네이버 서비스를 모니터링하는 사무 공간이 나뉜다. 기계설비 사무공간에 있는 직원들은 전기 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서버실은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전환되는 화면을 주시하며 실시간으로 서버실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서버실 모니터링과 함께 TV로 뉴스도 시청 중이었다. 어떤 이슈가 터질 경우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 포털에서 검색을 하다 보니 트래픽 증가로 인한 서버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은 24시간 연중무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측은 “인터넷 포털 기업이다 보니 정부나 연예계 이슈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서비스 관리 사무공간에서는 큰 화면에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할 때 뜨는 모바일 화면이 자동으로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사용자 시나리오에 맞춰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장애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 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직원들은 연중무휴 네이버의 600여개 서비스를 관리하고 있다.


‘각 춘천’ 전경. ⓒ네이버

각 춘천의 서버실은 북·서·남관에 있는데 이날 네이버는 남관 서버실만 공개했다. 남관 서버실에는 네이버가 자체 제작한 목조색의 서버 랙에 수많은 서버가 질서정연하게 진열돼 있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각 정신을 계승했다는 말을 이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서버들은 보기 좋게 진열됐을 뿐만 아니라 냉각의 효율성을 고려해 전략 배치됐다. 서버실의 열기를 식히는 찬공기가 아래가 아닌 위에서 나와 무거운 찬공기가 위아래로 잘 분산되게 만들었으며, 찬바람과 서버에서 나오는 폐열이 섞이지 않고 빠르게 내보내기 위해 폐열이 나오는 공간을 분리했다.


각 춘천은 천연자원을 활용해 ESG 경영도 실천하고 있었다. 전력을 아끼기 위해 서버실의 열기를 식히고 있는 찬바람은 수도권 대비 연중 기온이 2~3도가량 낮은 춘천의 자연 바람을 활용하고 있다. 서버실에서 나오는 폐열은 버리지 않고 서버실 내 폐열 회수기에 모아, 도로 밑에 설치된 특수 배관을 통해 흐르는 부동액을 데우는 데 활용한다.


네이버의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 ⓒ네이버

네이버는 각 춘천 운영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기반으로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에서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갈 예정이다. 각 세종은 각 춘천의 6배 규모인 29만3697 제곱미터 대지 위에 세워져 약 60만 유닛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아시아 톱(TOP)5 초대형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다. 올해 2분기 내 준공을 완료하고 3분기에 실가동을 목표로 설립 중이다.


각 세종에는 로봇과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도 대거 적용할 예정이다. 네이버 제2사옥 ‘1784’가 사람과 로봇의 공존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각 세종에서는 로봇, 자율주행 버스 등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현장 업무의 생산성을 보다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는 각 세종을 기반으로 네이버의 초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를 성장시킬 계획이다. 정수환 본부장은 “하이퍼클로버는 대규모 서버를 구축해야 해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효율적인 관리 기술을 준비 중”이라며 “하이퍼스케일이 발전하는 데 세종이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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