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질 수 있을까”…철강업계, ‘탄소장벽’ 탈출 특명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3.02.13 06:00  수정 2023.02.13 06:00

마음 먹은 것처럼 쉽지 않은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EU, 'CBAM' 도입으로 저탄소 실현 기간 촉박해져

멀기만 한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저탄소 제품으로 대응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재가동 모습. ⓒ포스코

대표적인 굴뚝산업으로 꼽히는 철강업계가 탄소중립 시대가 도래와 함께 탄소와 ‘헤어질 결심’을 했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새다. 탄소중립이 실현되려면 수십 년에 걸쳐 개발한 기존 공정 기술을 떨치고 새로운 기술을 발굴해야 하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철강·알루미늄·비료 등의 수입품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까지 앞둬 고심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올해 10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범 도입하고, 오는 2026년부터 이를 본격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CBAM은 탄소배출량 감축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국가로 탄소배출이 이전하는 탄소유출(Carbon Leakage) 문제 해결을 위한 무역관세다.


우선 도입되는 품목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수소 등 6개다. 시범 기간 동안 수입자는 매 분기 상품의 수입 수량, 내재된 t당 직접 탄소배출량, 간접 탄소배출량, 원산지에서 기지불한 탄소비용 등의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가 이를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제철소에선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 투입하는 방식인 고로 공정을 주로 사용하는데 유연탄을 환원제로 써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된다. 게다가 산업 구조적으로 배출량이 조강 생산량에 비례할 수밖에 없어 철강업계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란 별명까지 얻게 됐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제시됐지만, 막대한 투자재원이 필요하고 개발 과정도 어려워 상용화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은 환원로로, 아직 전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해 DRI를 생산하는 환원로가 상용화되지 않았다.


업계 선두주자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이전부터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상용화 목표시점은 2030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들 지금 탄소 중립을 위해 개발을 진행 중인데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도 많은 돈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에 철강업계는 결국 우선적으로는 저탄소 제품으로 대응해 나가겠단 방침을 세웠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브랜드 ‘그리닛’을 중심으로 저탄소 제품을 판매한다. 그리닛 스틸은 철강 생산부터 고객의 철강 사용· 폐기 등 철강의 생애 전과정에 이르기까지 탄소발자국 저감에 기여한 제품이다.


이와 함께 통상, 마케팅전략, 환경부서를 중심으로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시적으로 논의하고 협업하고 있다. 향후 최종법안이 발표되고 세부 시행령이 나오면 정부, 철강협회 등과 공동 대응하겠단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저탄소 철강 제품을 통해 우선적으로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김경석 전략기획본부장(전무)은 “지금 국회에서 요구하는 각종 보고서가 있고 그 보고서의 세부 지침까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기본 사항에 대해 수출량, 탄소배출량 등 EU 요구에 맞게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 EU가 CBAM을 시행하면 현지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우리가 공급하는 제품의 탄소배출 차이를 저탄소제품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철강사들이 직접 대응이 어려운 만큼, 정부도 두 팔 걷고 나섰다. 정부는 올해 철강기업의 수출 및 투자 노력에 대한 마중물 지원으로서 2000억원 규모 탄소저감 기술개발 예비타당성 조사와 인력양성 사업, 금융지원, 무역장벽 적극 대응 등을 추진 중이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EU CBAM 등 무역장벽에 대한 통상 대응을 적극 추진함과 동시에 통상환경 변화에도 우리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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