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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들이 美증시에서 철수하는 속내


입력 2023.01.29 06:06 수정 2023.01.29 08:17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지난 2년 간 동방항공 등 中국유기업 10곳 자진 상장폐지

中기업, 2013년 미·중 간 회계협정에 따라 감리 면제 받아

2021년 l뉴욕증시 상장 中기업 겨냥한 외국회사문책법 발효

상장폐지 움직임, 국유기업 넘어 민간기업으로 확산 가능성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회계 감리'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자진 상장폐지를 공시한 중국 동방항공 소속 여객기 모습. ⓒ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회계 감리'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자진 상장폐지를 공시한 중국 동방항공 소속 여객기 모습. ⓒ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의 높은 관문을 통과한 중국 기업들이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 ‘부실회계 이미지가 강한’ 중국 기업들이 미 정부에 회계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데 대해 퍽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핵심 국유기업인 동방항공(東方航空)과 남방항공(南方航空은 미 뉴욕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 소속 증권시보(證券時報) 등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증권시보에 따르면 두 항공사는 전날 공시를 통해 "미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의 상장폐지를 신청했으며 마지막 거래일은 2월 2일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방항공 측은 “미 뉴욕증시에서 거래 규모가 적은 만큼 자진 상장폐지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홍콩 및 상하이(上海) 증권거래소를 통해 회사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은 1997년 뉴욕증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각각 2억 2700만 달러(약 2822억 4000만원), 6억 3200만 달러를 각각 조달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1995년 설립된 동방항공의 매출액은 2021년 기준 104억 달러, 순이익은 19억 달러 적자로 각각 집계됐다. 1988년 설립된 남방항공의 매출액은 158억 달러, 순이익은 19억 달러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동방항공은 코로나19를 팬데믹(대유행)을 이유로 한국인 승무원만 대량 해고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동방항공은 정규직 전환 3일 앞둔 2020년 3월 일본·이탈리아 승무원과는 재계약하고 한국인 승무원 73명에게 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승무원들은 해고 직전까지 신규 항공기종 교육·훈련 이수를 지시한 점, 재직 중 근로계약서를 두차례 갱신한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됐다며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동방항공이 한국인 승무원에 대해서만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차별이라고 명시했다. 부당해고라는 동방항공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동방항공(왼쪽)과 남방항공의 미국 뉴욕증시 자진 상폐 공시.ⓒ 연합뉴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동방항공(왼쪽)과 남방항공의 미국 뉴욕증시 자진 상폐 공시.ⓒ 연합뉴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에서 스스로 상장폐지한 중국 기업은 모두 11곳으로 늘어났다. 중국 3대 통신사인 중국전신(中國電信·China Telecom)과 중국이동(中國移動·China Mobile), 중국연통(中國聯通·China Unicom). 중국석화(中國石化·Sinopec)와 자회사인 상하이석화(上海石化·Shanghai Sinopec), 중국석유(中國石油·Petro China), 중국알루미늄(中國鋁業·CHINALCO), 중국생명(中國人壽) 등이다. 중국생명을 제외한 10곳이 중국의 핵심 국유기업인 중앙기업이다.


중국 국유기업은 중앙정부 소속과 지방정부 소속으로 대별된다. 중앙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 중에서도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이 98개 있다. 3대 항공사인 중국항공(中國航空)과 동방항공, 남방항공은 모두 중앙기업에 소속돼 있다.


중앙기업들이 뉴욕 증시에서 떠나는 것은 미국이 2020년말 입법한 ‘외국회사문책법’(HFCAA)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 법에 따라 뉴욕증시에 상장한 모든 기업은 미 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회계보고서를 다시 검증받는 감리과정을 거쳐야 한다., 2년 연속 감리과정을 받지 않으면 상장이 폐지된다.


중국 기업들은 2013년 미국과 중국이 체결한 회계협정에 따라 상장사회계감독위의 감리를 면제받는 혜택을 누려왔으나 외국회사문책법의 제정으로 다른 외국 기업들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2021년부터 발효된 외국회사문책법은 200개가 넘는 뉴욕증시 상장 중국 기업들을 정조준한 것이다. 상장사회계감독위는 미 증시에 상장된 모든 나라 기업의 외부감사 자료를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국가주권을 내세워 강력히 반발한 덕분에 중국 기업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돼 지금까지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


이 와중에 중국 기업들의 잇단 자진 상장폐지는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감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사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기업회계 감사의 불투명성에 대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왔다.


이에 미 의회는 2020년 말 미 회계기준에 따른 감리를 3년 연속 거부한 중국 기업들을 미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는 외국회사문책법을 제정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알리바바(阿里巴巴), 징둥(京東·JD)닷컴 등 162개 중국 업체를 무더기로 상장폐지 예비명단에 올리며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 정부의 '압력'을 무릅쓰고 어렵게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이 지난 10월 결국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사진은 디디추싱의 로고. ⓒ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압력'을 무릅쓰고 어렵게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이 지난 10월 결국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사진은 디디추싱의 로고. ⓒ 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국가안보와 비밀유지 등을 이유로 미 당국의 감리를 거부하며 버텨오다 결국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중국이 미 뉴욕증시 상장 중국 기업들을 감사한 중국 회계법인의 자료를 미국 규제당국에 제공하는 데 동의함으로써 분쟁 해소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 상장사회계감독위는 지난달 15일 “사상 처음으로 중국 본토와 홍콩 소재 회계감사법인에 대한 회계감리 권한을 행사했다”고 밝혀 양국 간 회계갈등 종료 가능성이 대두됐다.


미 상장사회계감독위는 앞서 홍콩에 조사 인력을 파견해 2곳의 현지 회계법인에서 국유회사 등 중국 기업 8개 사의 회계감사 기록을 감리했다. 상장사회계감독위 감사관들은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홍콩에 머물면서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KPMG 차이나의 홍콩 사무실에서 중국 본토 기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감리대상 선정에 전적인 재량권을 행사하고 수정 전의 감사업무 제반 서류에도 접근했다. 감리결과는 곧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의 자진 상장폐지 결정으로 미·중 양국 간 좁혀지지 않은 간극이 상존함을 드러냈다.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이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중국이 여전히 기업정보를 완전히 제공하는 것을 꺼린다는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덴마크계 투자은행인 삭소은행 레이먼드 웡 시장전략가는 “중국은 외국 규제당국이 감사 과정에서 전략적 부문의 자국 국유기업들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우려한다”며 “자국의 수많은 개인과 기업·기관들에 대한 막대하고 민감한 정보를 보유한 중국의 인터넷·플랫폼 기업들도 미 증시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만큼 중국 기업들의 뉴욕증시 이탈 행보는 국유기업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방대한 개인과 기업·기관 정보를 보유한 중국의 인터넷·플랫폼 기업들도 중국 당국의 권유에 따라 미 증시를 떠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이 아니더라도 민감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 증시 철수를 압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자료: 중국 금융시장 정보업체 완더(萬得·Wind) ⓒ자료: 중국 금융시장 정보업체 완더(萬得·Wind)

지난해 10월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차량 호출 플랫폼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디디추싱은 민감한 빅데이터 유출을 우려하는 당국의 저지 메시지에도 2021년 6월 뉴욕증시 상장을 진행했다가 전례 없는 인터넷 보안심사를 받고 신규 사용자 등록이 불허되는 등 전방위 규제 대상이 됐다.


한때 90%를 넘었던 중국 내 인터넷 차량호출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는 등 어려움 속에서 디디추싱은 상장 1년 만인 지난해 6월 뉴욕증시 상장을 자진 폐지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사이버보안법 등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지난해 7월 이 회사에 80억 2600만 위안이라는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던 디디추싱이 지난 16일 신규 사용자 등록을 재개했다.


이로써 웨이보와 바이두(百度) 등 상장폐지 명단에 포함된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루이 류 KPMG중국 파트너는 “미국과 중국 정부가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업체들이 미국에서 상장폐지를 선택하고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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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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