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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의 비명②] 벼락거지→영끌거지…집값 하락에 생겨난 신조어


입력 2023.01.09 07:13 수정 2023.01.09 07:13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부동산 가라앉자 '셀프거지' 등 비관적 용어 탄생

"영끌한 유주택자 불안감, 커지는 위기감 반영"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이를 비관하는 용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데일리안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이를 비관하는 용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데일리안

"벼락거지", "선당후곰", "패닉바잉", "영끌"


불과 2~3년 전 자주 쓰였던 부동산 관련 신조어들이다. 당시 초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정책자금 투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집값이 달아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세력이 집값을 부채질했다고 보고 '집을 사고 파는' 과정에 압박을 가했다. 이때 나온 부동산 대책만 27번에 달한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집값이 진정되기는커녕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 5억267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1월에는 9억7050만원으로 84.26% 올랐다.


이러한 집값 급등이 이어지며 너도나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을 통한 매수가 이어졌고,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며 선당후곰(먼저 당첨된 뒤 고민)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집을 사지 못한 이들은 벼락거지(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소득 수준은 같더라도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자산이 크게 적어진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이는 모두 옛말이 됐다. 가파른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어서다. 앞전에 영끌을 통해 집을 마련한 이들을 두고 이젠 '영털족' 혹은 '영끌거지'라는 말이 나온다. 고금리로 인해 갚아야 할 돈은 늘어난데 비해 집값은 크게 떨어지고 있어서다. 또 자산이 쪼그라들고 빚만 늘었다는 의미에서 '실거지'라는 용어도 쓰이기 시작했다.


수요자들이 청약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선당후곰(선당첨 후고민)', '묻지마 청약'이라는 말이 재작년에 유행어처럼 쓰이기도 했다. 당첨 가점이 높아지면서 청약가점이 낮아 청약을 포기하는 이들을 일컫는 '청포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조어들은 이젠 '선돈후곰(돈이 있어야 청약을 고민할 수 있다)'이라는 말로 대체됐다.


이처럼 한순간에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이를 비관하는 용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나열한 단어 외에도 셀프거지, 벼락빚거지, 갭거지 등의 용어도 사용된다. 과도한 빚을 내 집을 산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에는 시장이 침체되면서 현 상황을 비관하는 용어가 많이 생겼다"며 "특히 급등기 시절 집을 매수했던 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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