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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볼모로 정쟁 일삼은 여야…예견된 파행 ‘현실’ 됐다


입력 2022.12.10 06:30 수정 2022.12.10 06:3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정책 견해 차이 넘어 정쟁 끌어들인 국회

내년도 예산안 정기국회 처리 물 건너

거대 야당, 새 정부 ‘첫 예산’ 인정 안 해

정부·여당, ‘준예산’ 거론하며 야당 압박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9일 오후 여야의 새해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각각 국회에서 예산안 협상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9일 오후 여야의 새해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각각 국회에서 예산안 협상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가 예산안을 정쟁 도구로 활용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긴 것은 물론 90일간의 정기국회 기간 내에도 처리되지 못했다.


여야 정책적 견해 차이가 크기도 했지만, 이태원 참사와 이재명 대표 측근 구속 등 예산안이 정쟁의 볼모가 되면서 결국 합의점을 이끄는 데 실패했다. 예산안과 함께 처리했어야 할 주요 민생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예산안 처리 불발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당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지만 정부 스스로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에도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지난 2일을 넘긴 것은 물론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도 물 건너갔다. 여야는 이번 주말에도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나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예산안은 국회 제출 당시부터 논란을 예고했다. 정권이 바뀌고 첫 번째 예산인 만큼 세부 사업에 대한 여야 견해 차이는 당연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만큼 적지 않은 마찰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달 17일과 18일부터는 국회가 예산조정소위를 열어 본격적인 감액 조정을 시작하면서 예산안 갈등은 극심해졌다. 이른바 ‘윤석열표’, ‘이재명표’ 예산을 두고 기 싸움을 치열하게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단독으로 용산공원 조성사업 예산을 비롯해 대통령실 시설관리 개선 등 새 정부 대표 정책 예산에 칼을 들이댔다. 반면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공공임대주택 예산 6조원 등은 수적 우위로 지켜냈다.


윤 대통령 공약 관련 예산을 민주당이 단독 삭감하자 국민의힘은 ‘대선 불복’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민주당은 권력기관 예산을 삭감한 대신 민생 예산을 증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정책적 견해가 달라서 발생하는 갈등은 그나마 이해 가능한 대목이다. 여야가 정치적 견해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견해차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 실제 일부 사업들은 그렇게 이견을 좁히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예산안 관련 기자 간담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예산안 관련 기자 간담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문제는 이태원 참사에 따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논란이나 이재명 대표 측근 구속 등 정치적 상황이 예산안 처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갈등은 협의로 좁혀질 수 있는 대목이 아니다. 정치적 갈등이 깊어질수록 여야 모두 자신들의 요구 관철을 위해 예산안을 무기로 썼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가 불발할 경우 ‘준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에 민주당은 자체 수정안을 내어 단독 처리할 수 있다고 맞섰다.


정치권 안팎에서 ‘국민 삶을 최우선에 두고 논의해야 할 예산안이 정치 공방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에 그쳤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나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9일 여야는 예산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2+2’ 협의체를 만들었다. 여야 간사와 정책위의장이 만난 자리였으나 협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3+3’ 협의체로 확대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정부를 대표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협의체 회의에 참석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은 결과적으로 고성만 주고받은 채 막을 내렸다고 한다.


이에 한 정치평론가는 “여야 모두가 예산안을 볼모로 각자 정치적 이해만 추구하고 있다”며 “639조원에 달하는 나라 살림이 결국 정치권 싸움 도구가 된 것인데, 국회선진화법을 무색하게 만든 여야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이 수적 우위를 믿고 새 정부 첫 예산을 시시콜콜 트집 잡는 것도 문제고, 정부와 여당이 준예산을 무기로 야당을 겁박하는 것도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며 “그동안 치열하게 공방을 벌여온 만큼 앞으로는 정치적 요소는 배제하고 오롯이 사업 타당성 자체만 놓고 예산 협의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이번 주말에 여야가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합의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여야가 극적으로 예산안 합의점을 찾더라도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다는 비판과 ‘졸속심사’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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