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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푸틴","삼성? LG? 어떤 TV 가져갈까"… 러軍 통화내역 들어보니


입력 2022.09.29 20:00 수정 2022.09.30 07:03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NYT, 러군 통화내역 입수 보도

러군, 가족·지인 통화 내역

부차학살 정황도 수집돼

민가 털며 귀중품 등 약탈

러시아 군인들 ⓒAP/연합뉴스 러시아 군인들 ⓒAP/연합뉴스

"푸틴은 멍청해. 키이우를 점령하라는데 절대 불가능하거든."


"TV를 가져갈까 하는데…LG가 좋을까, 삼성이 좋을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 병사들의 전화통화를 도청한 자료 수천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최전선에 배치된 러시아 군인들이 전쟁의 장기화에 지쳐 토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험담 등이 담겼다.


NYT는 러시아 병사들의 통화 감청 자료를 입수한 후 군인과 가족을 식별하기 위해 2개월간 전화번호와 소셜미디어 프로필 등을 대조해가며 신빙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군인들은 참호 속에서 지휘부의 눈을 피해 본국의 가족이나 애인,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장기화된 전쟁에 대한 환멸과 전장의 열악함, 정부를 향한 불만 등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관련 통화내용이 우크라이나 당국에 의해 모조리 녹음되는지도 모른 채 전쟁의 참상에 힘들어하며 푸틴 대통령을 욕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가 '부차학살'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다는 러시아 군인들의 통화내용이 수집됐다.


위생병 알렉산드르는 "키이우를 점령하려 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을걸. 고작 마을 몇 개 점령한 것이 전부"라면서 "푸틴은 멍청이(Fool)"이라고 조롱했다. 그는 친척과의 통화에서는 "도로에 부패한 민간인 팔다리가 널브러져 있다"고 말했다.


일리야라는 이름의 군인은 여자친구에게 "빌어먹을(F**k), 푸틴"이라며 외부상황을 묻기도 했다. 이에 여자친구가 "푸틴은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고 답하자 "그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라는 이름의 군인은 여자친구에게 "길 가는 민간인을 보면 사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난 이미 살인자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인들을) 감금하고 옷을 벗긴 뒤에 옷을 뒤졌다"면서 "그들을 보내주면 우리 위치가 노출될 수 있어서 숲으로 끌고 가서 총살하기로 했다"고 실토했다.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가정집 등을 뒤지고 약탈한 사실도 털어놓았다. 세르게이는 여자친구에게 "어떤 TV를 원해. LG 아니면 삼성?"이라며 "이미 침대만한 TV를 챙긴 놈들도 있다"고 말했다.


니키타라는 군인은 친구와의 통화에서 "모든 것을 훔치고 있다. 술은 있는 대로 다 찾아 먹었고 돈도 다 가져갔다. 모두 다 이러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NYT는 통화를 통해 드러난 러시아군의 사기 저하, 장비 부족, 빠진 군기, 약탈과 범죄 행위 등이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퇴각하게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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