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원전 ‘친환경’ 인정 녹색분류체계 초안 공개…논란 본격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2.09.20 12:01  수정 2022.09.20 11:54

K-택소노미 원전 최종 포함키로

ATF·방폐장 EU보다 규정 완화

시민·환경 단체들 반발 커질 듯

조현수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환경부 기자실에서 원전을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환경부가 2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는 내용의 계획안 초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말 발표 당시에는 없었던 원전을 포함하면서 반(反)원전 시민·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이날 기자실에서 브리핑 열고 원자력 연구개발은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과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녹색분류체계는 녹색경제활동을 정의하는 지침으로 어떤 산업 분야가 친환경 사업인지를 분류하는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녹색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게 된다.


지난해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녹색부문 64개, 전환부문 5개 등 총 69개 경제활동으로 구성했는데 당시 원자력 발전은 빠졌었다. 이후 유럽연합(EU)에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우리나라에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전을 포함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번에 환경부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유럽연합(EU) 녹색분류체계를 참고하되 국내 여건을 고려하기 위해 학계와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등으로 구성한 세부 협의체, 관계부처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는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 된 세부 계획이 존재하고,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됐는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세부계획 이생을 위한 법률 제정을 촉구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원전을 신규로 건설할 때는 최신기술을 기준으로 사고저항성핵연료(ATF·Accident Tolerant Fuel)를 적용해야 한다. 사고저항성핵연료는 원전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을 때 방사성 물질 누출을 최소화하거니 지연시켜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연료를 말한다.


이번 녹색분류체계에서는 새로 건설하는 원전은 사고저항성핵연료를 곧바로 사용하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오는 2031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2025년부터 적용하는 EU보다 다소 느슨한 기준이다.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인정 기한도 EU보다 길다. 신규건설은 2045년까지 허가받은 원전으로 같지만, 계속운전 경우 EU는 2040년까지 허가받은 경우에만 녹색분류체계로 인정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45년까지 가동 허가를 받은 원전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더불어 원전 안전성 향상과 국가 원자력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 연구·개발이 필요한 SMR 차세대 원전 등 핵심기술을 별도 인정 조건 없이 포함했다.


환경부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로 함에 따라 반(反)원전 시민·환경단체의 반대 또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그린피스 등 세계적 환경단체들이 EU의 원전 녹색분류체계 포함을 취소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라 국내 단체들도 본격적인 반대 운동에 나설 확률이 높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18일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환경법 관련 단체 ‘클라이언트어스’, 세계자연기금 등은 EU 집행위원회에 가스와 원자력을 ‘지속 가능 활동 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한 것을 재검토해 달라고 정식 요청했다.


녹색연합과 에너지전환포럼,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처럼 재생에너지 비중과 목표가 낮은 상황에서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늦추면서 원전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방향은 우격다짐에 불과하다”며 “더구나 녹색분류체계가 수립되고 미처 금융권에서 해당 체계가 원활한 작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무리하게 정책 변경을 시도한다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녹색분류체계 수립 과정에서 이미 EU 택소노미 내에 LNG·원전 등이 포함될 것인지 관한 동향은 시민사회와 산업계·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충분히 검토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개월 만에 EU 택소노미를 핑계로 현행 녹색분류체계에 있지도 않은 ‘원전 부문’을 검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환경부와 정부는 친환경 산업의 육성과 녹색 회복을 위한 투자 가이드라인인 녹색분류체계에 위험한 오염원인 원전을 포함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며 “이는 녹색분류체계 근본적 취지를 훼손하는 동시에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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