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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폭우 손실 이미 1천억…車보험 성적 '변곡점'


입력 2022.08.11 06:00 수정 2022.08.10 14:54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침수 차량 7천대…외제차 2천대

수익 악화에 자보료 인하 압박↓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 일대에 침수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상가 앞에 버스와 승용차 등 침수된 차량들이 도로에 세워져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 일대에 침수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상가 앞에 버스와 승용차 등 침수된 차량들이 도로에 세워져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내 손해보험업계가 역대급 폭우로 이미 자동차보험에서만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눈에 띄게 개선됐던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은 악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자동차보험료를 더 내려야 한다는 명분도 약화되면서 손해보험사들에게 이번 집중호우가 새옹지마 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까지 손보사 12곳에 접수된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등 피해 건수는 7678건으로, 손해액은 977억6000만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에는 부유층 밀집 지역인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 호우가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고가의 외제차들 다수가 침수됐다. 이번주 비가 더 내릴 수 있는 점, 통상적으로 보험 접수에 시간이 더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손해액은 1000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3년 태풍 '매미'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 피해 차량이 약 4만대로, 추정 손해액이 911억원을 기록했고, 2011년 수도권 집중호우 때도 피해 차량이 약 1만4000대, 추정 손해액이 993억원에 달했다. 수도권일수록 고급 외제차들이 많아 손해액이 커지는 구조다.


이번 호우로 수억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외제차 등 약 2000대가 침수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손보사에 폭우로 접수된 외제차만 1500대에 달한다. 중소형 손보사를 합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손해보험사는 매년 8~10월 태풍, 호우 등이 잦아지면서 통상적으로 하반기 손해율이 상반기 대비 5~7% 높아진다. 손해율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중에서 사고가 발생해 실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보험사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수치다. 이번 폭우로 손해액이 1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손해율도 최소 1~2%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 일대에 침수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상가 인근에 침수된 차량들이 도로에 세워져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 일대에 침수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상가 인근에 침수된 차량들이 도로에 세워져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예상치 못한 호우 피해로 손보사들도 수익 타격을 입으면서 자동차 보험료 인하 압박에서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앞서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으로 호실적을 거두면서 자보료를 추가로 내릴 여지가 있다고 받아들여졌는데, 이같은 명분이 사라져서다.


올해 상반기에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70%대를 기록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 아래면 수익을 냈다고 본다.


애초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높아 손보사들에 골칫덩이 상품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차 이동량이 감소하고 교통사고도 줄면서 손해율이 안정 기조로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에도 올해는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차 이동량이 또 줄어 손보사 상반기 실적 개선도 이어졌다.


실제 KB손보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4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5% 증가했다.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효과라는 설명이다.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등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됐다.


다만 이번에 강남 지역을 포함한 폭우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손보사들이 전방위적으로 받아왔던 자동차보험 인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침수로 손보사 손해율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보험료 인하에 대한 논의도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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