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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고물가에 대출 만기까지…“연말 최악 보릿고개 온다”


입력 2022.07.04 15:37 수정 2022.07.04 15:3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5일 6월 물가 상승률 발표

인건비·배달비 등 비용부담 고점

자영업자 “채무재조정·폐업지원 출구전략 절실”

물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3중고'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시스 물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3중고'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시스

산업현장에 ‘트리플 악재’가 한 번에 몰려오면서 외식업계 하반기 경기회복에 먹구름이 끼었다. 월별 소비자 물가가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물가상승을 더 재촉하는 요인이 여기저기 산적해 있어 업계의 시름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5일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한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는데, 6월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거론되고 있다.


물가 수준도 높지만, 상승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크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2%대에 머물렀던 국내 물가 상승률은 올 초 3%대로 오르더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3월 4%대, 5월 5%대로 뛴 뒤, 한 달 만에 다시 6%대로 올라설 조짐이다.


더 큰 문제는 6월이 물가 고점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은 것은 23년 7개월 전인 1998년 11월(6.8%)이 마지막인데, 정부는 적어도 오는 8월까지는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6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 하반기 물가상승 요인 '다분'…"줄줄이 가격 인상 예고"


이런 가운데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계속 고공행진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세계적인 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크다. 공공요금이 올랐고, 최저임금 역시 또 한번 인상됐다. 추석 성수품 수요가 몰리는 7∼8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7월 물가에는 지난 1일부터 적용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분도 반영된다. 오는 10월에는 전기·가스요금도 다시 한 번 더 동시에 인상될 예정이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가계 부담뿐 아니라 상품·서비스 생산비용을 높여 전방위로 물가를 밀어 올린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올 하반기 물가상승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메뉴 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부담을 감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버티고 있지만, 원재료 값 급등으로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일반음식점 등 업소에서 사용하는 18ℓ 식용유의 가격 상승세가 매섭다. 사조대림 해표식용유, 롯데푸드 콩식용유와 CJ제일제당 백설 콩기름, 오뚜기 식용유는 지난해 최저가가 4만원대였지만 현재는 7만원 이하로는 구입하기 어렵다.


업체들은 대두 및 대두유 시세가 워낙 급등한 데다 환율 급등으로 제반 비용이 상승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최근엔 오뚜기가 지난달 20일부로 업소용 식용유 가격을 20% 인상했고, 이에 앞서 지난달 사조, 롯데푸드, CJ제일제당 백설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 물가 안정을 위한 민생안정대책 중 하나로 식용유를 연말까지 무관세로 수입하기로 했지만, 가격 안정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원재료인 대두를 수입해 콩기름을 생산하는 업체는 혜택을 볼 수 없어,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식용유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기업들의 원가 상승에 따른 판매가 인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기업의 70% 정도가 이미 제품 가격을 올렸는데, 아직 인상하지 않은 기업 중 절반 역시 곧 올릴 계획이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근심이 깊은 곳은 외식업계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소셜네트워크(SNS)에는 “돈까스 가게 하는데 식용유값 무서워 업종을 바꾸고 싶다”, “식물성 기름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이다” 등의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영업자 A씨는 “동네 돈까스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가격을 많이 올리기 쉽지 않은데, 이제는 올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면서 “고기, 밀가루, 케찹, 마요네즈 모든 식재료비가 올랐다. 내년엔 더 지옥이라고 하니 남들 올릴 때 올리는 게 맞는거 같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 정부, 연착륙 방안 마련해야…"채무 재조정, 폐업 지원 등 필요"


향후 감내해야 할 비용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인건비·배달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이 크게 상승한 데다, 지난 1월 부터 법정 공휴일에 일하는 직원들에게 많으면 2배에 이르는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외식업체는 대량구매 계약을 진행해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원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매출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이번에는 ‘물가상승’ 이라는 또 다른 폭탄까지 떠안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에게 적용됐던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기한도 오는 9월 종료된다. 예정대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내년부터는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취약 차주 대출 부실화 조짐은 벌써 보이기 시작했다. 저축은행 대출을 30일 이상 갚지 못한 차주 수는 2021년 말 10만3255명에서 올해 3월 말 11만3020명으로 3개월 만에 9.4%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7만14명)에 비해서는 61.4%나 늘어났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는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채무 재조정, 폐업 지원, 사업 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출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하반기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더욱 속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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