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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제안보 중심에 선 이재용…더 커진 사면 당위성


입력 2022.05.20 14:56 수정 2022.05.20 14:57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20일 바이든 평택 방문 수행, 尹·바이든 사이 '경제안보' 가교

이번 계기로 현장 경영 재개 가능성 높아져

정치권·재계 "역할 제대로 할 수 있게 사법 리스크 제거해줘야" 입 모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2019년 8월 삼성전자 평택 2라인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2019년 8월 삼성전자 평택 2라인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한국을 방문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으로 향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의 차세대 반도체를 직접 소개하며 양국 정상을 수행한다. 한미 수장 사이 반도체를 손에 쥔 이 부회장의 모습에 다시 한번 그의 역할론에 눈길이 쏠릴 예정이다.


이날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20~2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일정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이다. 평택 공장은 최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곳을 첫 행선지로 택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 동맹, 즉 경제 안보 공조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인식된다.


공장 시찰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동행한다. 한미 수장의 동시 방문은 전례 없는 삼성 창사 이래 최대 행사로 꼽힌다. 이에 기업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두 정상을 안내하고 수행하며 양국 간의 경제 동맹 구심점 자리를 맡게 됐다. 당초 이 부회장은 재판 일정으로 인해 평택 방문 일정이 불확실했으나 재판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고려해 불출석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3나노 반도체 손에 든 이재용, 커지는 역할


이 부회장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선보일 3나노 공정 반도체 기술은 전 세계에서 삼성과 대만 TSMC만이 보유하고 있다. 5나노 이상 반도체는 TSMC가 1위지만 3나노에서는 삼성이 반년 가량 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바이든 방한에는 퀼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문 최고경영인(CEO)도 동행한다. 퀼컴은 반도체를 설계만 할 뿐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반도체를 대량으로 양산해줄 삼성전자와 같은 파운드리 기업과의 공고한 협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반도체 업계를 대상으로 투자 압박을 가함과 동시에 공급망 대책 회의 등에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대상에 넣고 지속적 관심을 표했다. 삼성이 대규모 미국 투자를 결정한 이후에는 직접적으로 기업에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총수인 이 부회장은 미국뿐만 세계 각국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영향력 있는 기업인이다. UAE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무하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도 각별한 사이로 유명하며, 최근 삼성이 미국 제4 이동통신 디시 네트워크의 5G 장비 공급을 수주한 데에도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중 사면 문제 해결돼야 경영 리스크 해소


문제는 이 부회장이 몸을 묶고 있는 사법 문제다. 가석방 상태로 해외 출장을 가려면 법무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또 매주 목요일과 3주에 한 번 돌아오는 금요일마다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현장 경영을 펼치기엔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양국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18일 직접 현장 리허설을 진행하며 의전 준비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신상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장 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오는 7월29일 가석방 형기가 만료되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 부회장이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으려면 형 집행이 완료되기 전에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


재계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종료 전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기대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 중으로 결단을 내려야 이 부회장의 경영 족쇄가 풀릴 수 있다.


올해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하면서 국내외에서 '삼성 위기론'이 터져 나왔다. 그 위기론을 불식시킨 게 바이든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회동이다. '이재용 역할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용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 컨트롤타워인 이재용 부회장의 리스크를 제거해줘야 한다. 지금 같은 경제안보 위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DMZ보다 삼성 평택공장 찾는 이유가 다 있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안보가 더는 국방력 하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경제산업으로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다. 식량과 에너지가 무기화되고, 대만은 반도체 파운드리 기술로 미·일과 경제안보 동맹을 구축한 현실"이라며 "지난 5년간 우리는 중국 눈치 보느라 그 동맹에서 이탈했고 삼성은 TSMC 주가 총액에 역전당하지 않았느냐. 반도체는 우리 국가기간산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친기업 행보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 부회장은 비교적 공식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외빈 초청 만찬에 이어 이번 평택 현장을 거쳐 다음날 국립중앙박물관서 열리는 국빈 만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사면과 관련한 긍정적 분위기에도 재계 관계자들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반도체 동맹이 워낙 중요한 시기 아닌가. 시스템·메모리 반도체가 삼성이 1등이고, 이 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상당한만큼 앞으로 갈수록 이 부회장의 오너 역할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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