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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의문투성이 '대장동 사업'…"다 정해진 판, 누가 발 들였겠나"


입력 2021.09.25 06:12 수정 2021.09.24 20:44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택지개발에 보수적인 시중은행이 직접 참여

성남도시개발공사 업고 안정적 사업 추진 가능

대형 프로젝트 '불과 하루 만에' 우협 선정, 특혜 의혹↑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사업'(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특혜 논란이 대선 레이스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사업'(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특혜 논란이 대선 레이스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은 특정인을 지정해 둔 잘 짜여진 판 같았다. 들여다 보면 가져갈 주인이 따로 있는 것 같은데...섣불리 발을 들일 수 있던 사업이 아니었다."(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의 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사업'(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특혜 논란이 대선 레이스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렇다 할 실적조차 없는 신생 업체와 소수 개인투자자가 적은 지분을 가지고 어떻게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수익구조 설계부터 사업자 선정 절차 등 대장동 사업 전반이 일반 공모사업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단 반응이다.


디벨로퍼 아닌 시중은행 직접 투자 '독특'…"사업성 뛰어나단 방증"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일원 92만481㎡ 부지에 5903가구, 인구 1만5938명을 수용하도록 계획된 1조5000억원 규모 대형 사업이다. 지난 2004년 성남시와 대한주택공사(현 LH)가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금융위기 및 각종 비리 의혹 등으로 2010년 한 차례 사업이 무산됐다.


이후 2014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을 지내던 시절, 판교테크노밸리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이곳을 미니신도시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2015년 민관협동(SPC 설립) 방식으로 사업을 본격화했다.


공사는 그해 2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성남의뜰(하나은행) 컨소시엄과 이후 7월 시행사 '성남의뜰'(SPC)을 설립했다. 택지개발 사업에 이례적으로 시중은행들이 직접 출자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상 택지조성 사업에 건설사(CI : construction investor 건설투자자)나 시행사( SI : strategic investor 전략적투자자)가 나선다. 건설사와 시행사가 아닌 금융사(FI : financial investor 재무적 투자자)가 전면에 나서는 건 드물다는 게 개발업계의 전언이다.


증권사와 신탁사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보통이며, 시중은행은 개발사업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 정도만 담당한다.


공사는 그해 2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성남의뜰(하나은행) 컨소시엄과 이후 7월 시행사 '성남의뜰'(SPC)을 설립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조감도.ⓒ성남도시개발공사 공사는 그해 2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성남의뜰(하나은행) 컨소시엄과 이후 7월 시행사 '성남의뜰'(SPC)을 설립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조감도.ⓒ성남도시개발공사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을 하는데 업무주관이 금융사인 경우는 흔치 않다"며 "대장동 개발사업의 경우에는 FI위주로 발주를 냈기 때문에 애초부터 시공사들이 공모 자격조건 조차 되지 않아 들어갈 수 없다. 이런 경우는 개발사업에서 10%도 안되는 경우라 독특한 공모방식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택지개발에 따른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은행이 직접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마다 다르겠지만 금융사가 주도적으로 나서더라도 건설업체가 컨소시엄에 한 곳도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은행이 직접 투자했다는 건 그만큼 사업 리스크가 적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미 공모전부터 수익이 날 사업인 걸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알짜입지 분명한 사업에 확정이익만 약정 '이례적'


사업의 안정성을 보장받으면서도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이 지사 측은 성남시 확정이익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을 투자자가 가져가도록 수익구조를 짰는데 현 정부 들어 단기간 집값이 폭등하며 배당수익이 예상보다 늘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의뜰 우선주 절반가량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허가권자인 공사가 직접 출자했기 때문에 시행사 입장에선 민간개발 대비 안정적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단 판단이 섰을 거로 보인다.


실제 대장동 개발사업은 인허가 및 보상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되면서 3년 만에 사업에 착수했다. 택지개발사업은 대부분 10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수익구조도 타 사업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대장지구는 판교의 후광효과를 볼 수 있는 입지적 강점이 분명했다. 당시 용역을 실시한 성남시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공사는 누적배당금 1822억원이 될 때까지 우선적으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확정이익만 약정했다. 이어 2순위 우선주를 가진 금융사, 남은 이익은 보통주를 가진 SK증권과 AMC(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에 돌아가도록 했다. 공사는 1822억을 포함해 공원 조성 비용 등으로 총 5503억원의 이익 환수를 확약받았다.


또 다른 개발업체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경우 초과이익을 민간에게 돌아가도록 했는데 보통 출자 지분대로 나눠 가지지,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며 "추가로 발생하는 이익은 발주처가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화천대유와 SK증권은 결과적으로 공사보다 더 높은 배당수익을 받게 됐다. 4999만원을 출자한 화천대유는 최근 3년간 배당금 577억원을 받았다. SK증권이 받은 배당금은 3463억원 수준이다.


화천대유와 SK증권은 결과적으로 공사보다 더 높은 배당수익을 받게 됐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화천대유와 SK증권은 결과적으로 공사보다 더 높은 배당수익을 받게 됐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화천대유 및 화천대유 대주주 가족과 지인 등 7명이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SK증권 지분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화천대유 관계자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4040억원의 배당수익을 챙긴 셈이다.


하루 만에 조단위 사업 시행사 선정, 특혜의혹 힘실어


사업 주관사와 수익구조 등이 모두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에 조단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불과 하루 만에 선정했다는 점 역시 '이미 정해진 사업자를 두고 판을 짰다'는 업계의 진단에 힘을 싣게 한다.


리스크가 적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이 사업에 이미 내정자를 정해뒀다는 의혹은 커져만 간다.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에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비롯해 산업은행 컨소, 메리츠증권 컨소 등 3개 업체가 참여했다. 공사는 공모 마감일인 3월26일 다음날 성남의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


이 지사 측은 심사 과정에서 입찰 참가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절차를 밟은 거란 입장이지만 실제 개발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가량은 잡고 생각한다"며 "참여 업체가 3곳뿐이라지만 사업제안서를 모두 살펴보기에도 하루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라고 전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심사 기간을 짧게 두는 경우가 있지만, 24시간 안에 끝내는 경우는 아주 드문 케이스"라며 "의심 정황은 충분해서 타당한가에 대해선 앞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및 운영계획에 20점의 가점을 둔 것 역시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특히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성남의뜰만 AMC를 뒀다.


심 교수는 "방법 자체를 틀렸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관행적이진 않다"며 "AMC 포함 여부에 가점을 20점씩 배정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개발업체 관계자는 "개발사업 규모가 크면 큰 만큼 사업이 일단 추진되면 물밑에선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입찰참여자들은 신용도나 자본금, 공모지침서상 평가항목 등을 보면 '특정인을 지정해 놓고 입찰을 진행했구나' 등을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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