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초점] '시트콤 전설' 제작진 뭉친 '지구망', 오히려 부활 꿈 꺼트리나


입력 2021.06.22 13:35 수정 2021.06.22 13:37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넷플릭스 ⓒ넷플릭스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춘 청춘 시트콤이 넷플릭스를 통해 부활했다. 유튜브, 다시보기 등을 통해 시트콤을 향한 그리움을 달래던 이들이 반겼으나, 낮은 완성도가 기대감을 무너뜨렸다.


정답 없는 하루를 사는 국제 기숙사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웃음을 담아낸 청춘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가 지난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청춘 시트콤의 배경이 되던 대학교, 하숙집은 국제 기숙사로 변모해 다양한 인종을 아울렀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 학생들을 통해 'K 문화'를 보여주는가 하면, 해맑은 친구들과는 달리 사는 것이 녹록지는 않은 조교 세완을 통해 청춘들의 고민을 담아냈다.


'하이킥' 시리즈를 비롯해 '논스톱' 시리즈, '순풍 산부인과', '남자 셋 여자 셋'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각종 시트콤들이 쏟아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감자별 2013QR3' 이후 눈에 띄는 청춘 시트콤이 나오지 못했다. 이후에도 시트콤을 표방하는 작품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드라마와 시트콤 사이를 애매하게 오고 가며 정통 시트콤의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제작 환경이 변하면서 화제성이 낮은 긴 호흡의 시트콤을 제작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시트콤이 사라진 이유로 손꼽힌다. 이 가운데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내놓고 있는 넷플릭스가 제작에 나서며 시트콤 제작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감이 쏠린 것이다. 여기에 '남자 셋 여자셋', '논스톱' 시리즈의 권익준 PD가 기획을 하고, 하이킥' 시리즈를 연출한 김정식 PD가 연출을 맡으며 당시의 영광을 기대케 했었다.


권익준 PD 또한 인터뷰 당시 "청춘 시트콤은 2000년대 중반에 사라진 것 같다. 제일 큰 것은 매체 환경의 변화다. 젊은 분들이 방송 매체를 많이 이탈했고, 광고 시장도 방송을 많이 떠나 모바일로 많이 넘어갔다. 코미디나 시트콤을 즐기는 젊은 시청자들이 방송 매체를 떠나다 보니 덜 만들게 된다. 덜 만들다 보니 젊은 사람들은 더 유입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으며, "이번 기회에 해볼 만하다는 반응이 있으면 한다. 소비 방식에 차이가 있다. 큰 드라마는 몰아서 봐야 하지만, 우리처럼 가볍게 혹은 차를 타고 가다가 밥먹다가 잠깐 스낵처럼 소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걸 다 갖춰나가는 게 좋다고 본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각종 관심 속에 시작한 '지구망'이지만, 정작 낮은 완성도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청춘들이 주는 넘치는 에너지는 기존의 청춘 시트콤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정작 이 설정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글로벌 청춘들은 K-문화를 즐기는 외국인 유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며, 짠내 나는 청춘 세완(박세완 분)과 할리우드 배우의 입양아라는 사실을 숨긴 제이미(신현승 분)의 러브라인은 어디서 본 듯 뻔하다.


세련된 웃음 코드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각종 우연과 반전, 일차원적인 개그들이 쏟아졌으며 이마저도 외국인들의 서툰 연기로 어설픔을 안겼다. 오랜만에, 플랫폼을 바꿔 돌아온 만큼 글로벌 청춘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확장시키고자 했으나 어느 장점 하나 획득하지 못한 셈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명분과 실재의 괴리인 것 같다. 글로벌 시대고, 다문화적인 코드가 있어야 전 세계 구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 기획을 한 것 같은데, 잘못된 선택이다. 오리지널리티라는 건 한국적인 요소가 있어야 경쟁력이 있는 건데, 전 세계 청춘들이 출연한다고 해서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설의 제작진'이 뭉쳤지만, 이 선택이 오히려 해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예전 작품들을 성공시킨 제작진들이지 않나. 그 당시의 감각은 지금의 MZ세대에게 맞지 않는 웃음 코드들이다. 그걸 세계적으로까지 넓혀서 다문화적인 시트콤을 만들겠다는 건 의욕이 과다했던 것 같다"며 "과거에 '어떤 작품을 성공시켰냐'를 두고 결정하면, 그게 오히려 맹점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웨이브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제작 중이며,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시트콤 '만드는 녀석들'도 출격을 예고하는 등 시트콤 제작이 시도되고 있다. 예전만 못하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은 '지구망'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시트콤 부활이 시기상조였다는 결과를 보여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모으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