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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축구 예방주사’ 3차 예선은 더 악랄하다


입력 2021.06.13 18:31 수정 2021.06.13 18:30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레바논과의 최종전서 역전승 거두며 H조 1위 확정

3차 예선서 중동 국가 만나면 다시 한 번 '침대 축구' 예상

손흥민의 결승 역전골을 앞세워 레바논을 제압한 대표팀.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손흥민의 결승 역전골을 앞세워 레바논을 제압한 대표팀.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침대 축구’ 예방주사를 맞은 벤투호가 레바논을 꺾고 H조 1위로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레바논과의 H조 최종전서 상대 자책골과 손흥민의 PK 결승골을 묶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대표팀은 H조 2차 예선에서 6경기 무패(5승 1무·승점 16)를 기록하며 조 1위를 확정했다. 조 2위는 레바논의 몫이었고, 다른 조 최종전 결과를 지켜본 뒤 3차 예선행을 타진할 전망이다.


지난 스리랑카전에서 3차 예선을 확정했지만 벤투 감독은 레바논전에서 최정예 멤버들을 출동시킨다 공언했고, 손흥민과 황의조를 비롯한 주축 선수 대부분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린 레바논은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공격에 이렇다 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 초반, 대표팀의 실수 한 번이 치명타로 다가왔다.


대표팀은 전반 12분 드리블을 시도한 김문환이 볼을 빼앗겼고 그대로 역습을 허용했다. 레바논은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하산 사드가 이어받아 왼발 터닝슛으로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그리고 예상대로 레바논의 ‘침대 축구’가 시작됐다.


‘침대 축구’란 고의로 시간을 끄는 전략을 말한다. 주로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펼치는 것이 일반적이며 작은 접촉에도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을 주로 볼 수 있다. 심판 입장에서도 고의적으로 쓰러진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킨다. 혹시 모를 진짜 부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하기 때문이다.


침대 축구를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제 실점 억제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침대 축구를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제 실점 억제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침대 축구’는 중동 지역과 남미 약체 팀들이 주로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중동 국가들과 아시아 지역에 함께 속해 잦은 맞대결이 불가피한 한국 입장에서는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전반 내내 상대의 침대 축구에 고전했던 벤투호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남태희를 투입시키며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후반 5분 동점골이 나왔고 기세를 이어 후반 20분에는 손흥민이 PK로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자 레바논 선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침대를 접고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침대 축구’를 봉쇄하기 위한 가장 탁월한 전략은 선취골을 내주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선제 실점을 했더라도 상대의 신경전에 휘말린다면 남은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낼 수 있다. 후반 들어 역전에 성공한 이번 레바논전은 ‘침대 축구’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된 경기로 평가된다.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총 12개 팀이 참가하는 3차 예선에서 다시 한 번 ‘침대 축구’와 마주할 공산이 크다.


현재 3차 예선이 확정된 국가는 한국과 일본, 호주, 그리고 시리아다. 여기에 오만과 중국, 레바논의 합류가 유력하며 UAE, 이란, 이라크, 요르단 중 최소 2개 팀도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즉, 중동 국가가 최소 2팀 이상 각 조에 배치되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3차 예선에서는 보다 악랄하고 치밀한 시간 끌기 전략과 마주할 수 있다. 이번 레바논전에서 ‘침대 축구’ 예방주사를 맞은 대표팀이 최종 예선에서도 순항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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